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아마존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키듯, 시장의 작은 변화가 신문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 일간신문이 종이신문 제작을 대폭 축소하고 ‘전자신문 우선정책’을 발표했다. 이 신문사는 디지털 경제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수많은 실험을 해왔다. 그러나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번엔 다르다. 신문 판형을 바꿀 때와 달리 경쟁지들도 긴장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르지만 긴장할 수밖에 없다. 최근 신문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 등장한 위기대응 전략은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광고비를 빨아들이는 영상산업과 포털업계에 징벌적 기금징수를 제도화하여 신문에 대한 교차보조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회원사들은 일제히 이 주장을 지면에 퍼 날랐다. 그런데 신문 위기가 정부 부처나 기금 부족에서 촉발되었을까? 왜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정부에 그런 요구를 하지 않고 혁신을 위한 몸부림만 쳤을까? 그것은 원인에 대한 분석과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을 내부가 아닌 외부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발생했다. 신문 인쇄용지 생산업체인 보워터코리아가 사업을 포기했다. 국내 업체 4곳이 생산하는 신문 인쇄용지 연간 소비량은 2007년 107만톤에서 2016년 60만톤으로 반 토막 났지만, 연간 총생산량은 2007년 163만톤에서 2016년 133만톤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비록 해외 수출이 늘었지만 과잉생산 체제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보워터코리아 철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신문사는 저가로 베를리너 판형 인쇄용지를 독점공급 받아온 신문사다. 인쇄용지 시장에서 가격 상승과 용지 수급 경쟁이 과열되는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광고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저가 인쇄용지 덕을 봤던 신문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소모적으로 종이신문 발행 경쟁을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종이신문 독자에게 매달리기보다 차라리 경쟁자보다 먼저 전자신문 우선 전략을 채택한 셈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론 주도층과 광고주는 종이신문을 읽는다는 신화가 남아 있다. 과연 그럴까. 예컨대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수많은 노인들 가운데는 변호사, 정부기관장, 대학교수 등 전문직 출신도 많았다. 그들은 종이신문 광고 보고 시청광장에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 사회적 관계망에 호응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종이신문 발행 부수를 더 늘리겠다는 경제신문도 있다. 또한 시장 환경은 종이신문에서 전자신문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언론인의 취재 관행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종이신문의 권위를 이용하여 사회적 관계망에서 떠도는 소문과 허위정보를 퍼 나르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가치 있는 정보를 찾는 독자는 여전히 있다. 그들은 기자만큼이나 쉽게 사회적 관계망에서 떠도는 정보를 검색하고 가치를 판단한다. 미래에도 남아 있을 독자인 이들에게 종이신문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줄 수 없다면 희망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신문 편집국에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정부 소식통이나 최측근이라는 무명의 소식통을 인용하여 소문을 퍼 나르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다. 요설의 시대는 끝났다. 독자에게 읽을거리를 줄 수 없다면 인터넷에서 오작교라도 되어야 한다. 최소한 독자가 밟고 지나다니면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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