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걷고싶은도시연대 대표 자전거! 아마도 많은 사람에게 꿈이나 추억과 연결되는 물건일 것이다. 세발자전거부터 한강변을 달리는 멋진 자전거족까지 우리의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단어이다. 최근 서울시가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더욱 확산시키기로 하면서 자전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이전에 자전거는 주로 여가용으로 이용되며 하천변 등 제한된 장소에서 사용되었다. 그러나 ‘따릉이’의 도입은 자전거를 일상생활 속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에 걸맞은 생활·교통문화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전거대여소 배치나 안전시설 설치와 함께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첫째, 교육이다.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기 위해 주로 자전거 이용자들을 교육하려 한다. 교육 내용도 자전거 이용의 권리를 알리기보다는 자동차에 대해 방어적으로 조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교육을 단단히 받아야 할 사람은 자동차 운전자들이다. 그동안 도로(차도와 인도)의 주인 행세를 해온 자동차는 이제 자전거와 보행 등 다른 주인들에게 자리도 양보하고 친절하고 원만한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다. 도로 위에서 ‘자동차 독재시대’를 끝내고 여러 교통 참여자들과 함께 협치를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자동차 운전의 시작은 운전면허 취득이다. 여기서부터 자전거와 보행 등 다른 교통 참여자들을 배려하는 ‘협치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약자 보호 우선 제도’의 정립이다. 누가 보아도 강자는 자동차다. 경제력이나 완력, 모든 면에서 자동차를 당해낼 수 없다. 자전거와 보행 등 다른 교통 참여자들은 자동차의 배려와 호의 없이는 상처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의 이런 배려와 호의는 운전교육과 교통문화의 변화뿐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확보될 필요가 있다. 적절한 규제와 벌금 부과, 보험료 산정 방식 개편 등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와 관련된 사고에서 자전거와 보행 등 교통 약자에 대한 보호가 가능해진다. 셋째, 보행을 교통정책의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자동차에 대해 약자인 자전거는 보행에 대해서는 강자의 위치에 있다. 자동차와 자전거 운전자도 결국 걸어야 목적지에 도착한다. 특별한 전용도로가 아닌 한 보행자는 길에서 거의 무한의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보차(보행과 차량운행)가 혼용하는 길이 많으며, 인도 위로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가 마음대로 올라오는 나라에서는 교통 참여자 중 보행자의 권리를 최우선에 놓는 것이 여러가지 법적 판단의 모호함과 교통 운영의 혼란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 ‘따릉이’, 한편으로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떠올리게 하는 좋은 이름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우리에게 옛 동요를 떠올리게 한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하세요/ 어물어물하다가는 큰일납니다”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인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무언가 거꾸로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자전거가 나가는데 사람이 비켜야 하는지, 그리고 자전거가 조심할 일이지 왜 보행자에게 조심하라고 하는지, 더 오래전엔 ‘저 사람’이 아니라 ‘저 노인’으로 부르던 기억도 난다. 보행자 중에서도 가장 약자인 노인을 비키라고 외쳐대는 모양은 오늘 우리의 감각과는 멀어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 바뀐 것은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자동차는 오늘도 자전거더러 비키라고 ‘빵빵’대고, 자전거는 보행자에게 빨리 비키라고 ‘따르릉’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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