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에너지 교수모임 공동대표, 동국의대 교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신규 원전의 건설과 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하여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원전 개수를 줄인다는 정책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공사 중인 신고리 5, 6호기는 매몰 비용이 발생하므로, 비록 대선 공약사항이기는 하지만 공론화라는 방식으로 국민의 의사를 물어 완공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였다. 이 공론화와 관련하여 최근 <제이티비시>(JTBC)에서 열린 토론회 도중에 친원전 측 토론자 중 한 명이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났지만 방사능 오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는 발언을 하였다.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서 일본 아베 총리가 했던 너무나 황당한 발언이라 짚고 넘어가겠다. 과연 이 발언은 옳은 것일까? 후쿠시마 핵사고는 인류 최초로 여러 개의 원전에서 동시에 발생한 사고다. 3기의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렸고(노심용융), 이들을 포함한 총 4기의 원전에서 수소 폭발이 발생했다. 막대한 양의 방사능 물질이 공기, 토양, 바다를 오염시켰다. 이 방사능 오염은 일본인 전체에게 피폭을 일으켰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일본인 전체가 6년 이상 지속적으로 피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한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피폭자들, 즉 일본인 전체의 사망자 수를 조사하고, 이 사망자 중 몇 명이 방사능 피폭에 의한 것인지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조사한 것은 오직 후쿠시마현 내 18살 이하 어린이 갑상선암 발병자 수뿐이다. 의학 교과서는 방사능 피폭이 실로 여러 질병을 일으킨다고 기술한다. 다양한 부위에서의 악성종양(암), 유전자 질환, 심근경색, 백내장, 소화기 증상, 신경계 질환, 폐 질환 등등 정말로 다양한 질병이 발생된다고 되어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암이 증가한다고 기술되어 있고, 유전자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자연유산이라고 되어 있다. 현재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핵사고와 방사능 피폭에 의한 건강영향은 역학조사를 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피해자 수를 알 수 없다”고 말해야 옳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방사능 피폭에 의한 사망자는 한명도 없다”고 말하였다. 이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어떻게 ‘모르는 것’과 ‘없는 것’이 동일할 수 있단 말인가? 자동차 사고만 발생해도 정부는 사망자, 중상자, 경상자 수를 조사하여 발표해야 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정부의 역할이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형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일본 정부가 이 사고에 의한 사망자, 발병자 수를 조사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게다가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일본 국민뿐 아니라 세계인 전체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유엔과학위원회는 체르노빌 핵사고에 관한 보고서에서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약 1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핵전쟁 방지를 위한 국제의사회’(IPPNW)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망자를 추정했다. 그런데 4기의 원전이 폭발한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에 방사능으로 사망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핵사고에 의한 피해 규모를 정확한 역학조사를 통하여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전세계 앞에서 밝혀야 한다. 또한 무책임한 일본 총리의 황당한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는 한국 원자력계 일부 인사들도 태도를 수정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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