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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의 숲] 미지의 행성X, ‘제9 행성’

등록 2017-10-19 18:19수정 2017-10-19 18:54

오철우
선임기자

태양계 외곽에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아홉 번째 행성이 과연 존재할까? 2014년 그 가능성이 제기된 이래 후속 연구와 논의가 이어지면서 ‘제9 행성’(플래닛 나인)은 태양계 천문학의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태양계의 그림이 달라지거니와 특히나 황무지 같던 태양계 변두리의 이미지도 확 바뀔 테니까. 아쉽게도 아직 실물 관측 영상은 없다. 계산과 시뮬레이션에서나 존재한다. 그래서 “발견되지 않은”, “보이지 않는”, “숨어 있는 행성 엑스(X)”처럼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는 이 행성의 신비감을 높이면서 미스터리를 불러일으킨다.

제9 행성의 뒷얘기들을 따라가보았다. 그러다 보면 머나먼 태양계 외곽에서 미지의 행성을 찾으려는 관심과 시도가 19세기 중반 이래 이어져왔음을 알게 된다. 천왕성의 궤도운동을 그 자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무언가 다른 중력 작용이 있으리라는 계산과 예측을 좇아 1846년 해왕성이 발견됐다. 마찬가지로 해왕성 궤도에 영향을 주는 무엇(행성 엑스)을 추적하다가, 1930년 우연찮게 명왕성이 발견됐다(하지만 나중에 행성 크기와 자격에 못 미친다는 판정을 받고 2006년 왜소행성이 돼야 했다).

단서 찾기와 계산, 추론, 그리고 최종적으로 행성 관측으로 나아가는 천문학 연구의 궤적은 이번에도 성공할까? 행성 엑스, 또는 제9 행성의 존재는 2014년 처음 제안됐으나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천문학자들이 진전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본격 관심 대상이 됐다.

그런데 그 행성의 자리는 너무도 먼 곳에 있다. 태양에서 지구까지 평균 거리인 1억5000만㎞를 ‘1천문단위(AU)’라 하면,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40AU 거리의 명왕성에 2015년 도착하기까지 10년 걸렸는데 제9 행성은 가까울 때에도 무려 200AU, 멀 땐 1200AU 거리의 긴 타원궤도를 돈다니 거리를 짐작하기도 힘들다. 가장 멀리 간 보이저호는 40년을 날아 지금 120AU를 지나고 있을 뿐이다.

태양에서 너무 멀어 햇빛조차 희미하게 반사할 뿐이라 첨단 광학망원경으로 보기 힘든데도, 또한 다른 천체들에 가려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는데도, 그 먼 곳의 제9 행성은 어떻게 천문학자들의 날카로운 예측에 붙잡혔을까? 미지의 행성이 남겼을지 모를 중력의 흔적 때문이었다. 태양계 외곽에 있는 다른 천체들이 더 많이 관측되면서 그들의 궤도운동에서 여러 특징이 포착됐다. 이런 독특한 궤도를 만든 중력 작용의 정체는? 계산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드러난 것이 바로 지구 질량 10배 규모의 제9 행성이었다.

제시된 제9 행성은 여러 천체 궤도운동의 난해한 특성을 간명하게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태양계 천체 운동을 재현하는 시뮬레이션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존재였다. 이렇게 보면 제9 행성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 없지만 ‘가장 좋은 설명’을 제공하는 존재로서 그 의미를 부각한다. ‘설명 가능성’은 ‘존재 가능성’을 만든다.

하지만 아직 ‘설명하는 존재’일 뿐이니 제9 행성은 당분간 가설의 행성으로 남을 것이다. 회의적인 시선 속에서 관측 노력은 이어진다. 많은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관측 영상에 혹시 포착됐을지 모를 희미한 행성 엑스를 찾아내려는 다중참여 협동작업에 나섰다(backyardworlds.org). 더 좋은 망원경이 가동하면 관측 성공 가능성은 높아지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당연히, 관측되면 ‘대박 뉴스’일 것이다. 그러지 못해도 괜찮다. 행성 엑스를 찾으려는 지속적인 노력 자체가 어쩌면 태양계 천문학의 계산과 예측, 관측을 넓히며 발전을 끌어온 동력이기도 했을 테니.

미래팀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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