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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 칼럼] 새 시대의 출발, 멀리 내다보며 함께 가자

등록 2018-04-25 16:35수정 2018-04-25 19:11

김지석
대기자

27일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 세대 가까이 끌어온 북한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출발점이자, 한반도·동북아의 냉전 구조를 해체하고 공존공영 체제를 구축하는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의 성장 엔진 구실을 해온 동아시아는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을 것이다.

기존의 대결 질서를 종식하는 데 필요한 동력은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할 것을 공식 선언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강한 협상 의지를 보인다. 전체 그림을 그리고 관련국의 입장을 조율하는 우리 정부의 기획력과 추진력도 제 궤도에 올라 있다.

정상회담 결과는 거의 예상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의제인 ‘비핵화’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분명한 의사 표시가 있을 것이다. 한 달쯤 뒤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고려해 구체적인 비핵화 내용과 절차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 의미는 크다.

다음 의제인 ‘항구적 평화정착’에서는 종전선언 추진에 더해 평화협정을 비롯한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원칙적 수준에서 언급할 것이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바꾸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 해역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몇몇 합의도 눈에 보인다.

또 다른 의제인 ‘남북관계 획기적 개선’에서는 사실상의 연락대표부 설치와 수시 정상회담 등 소통을 일상화하는 조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산가족 상봉과 스포츠·문화 교류와 더불어 경협과 관련한 원칙도 논의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율성과 주도력은 셋째·둘째·첫째 의제 순서로 크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하는 조처는 두 나라가 최종 합의해야 할 사항이지만 우리의 길잡이 역할에 따라 속도와 깊이가 달라진다. 평화정착 방안은 관련국의 보장을 전제로 남북이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으며, 남북관계는 두 의제의 추진 상황에 맞춰 남북이 대부분 결정할 수 있다. 소통의 일상화는 합의의 실천력을 높이고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회담은 핵 문제 해결의 최종 국면에 진입하는 ‘끝의 시작’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한반도·동북아 질서를 향한 ‘새 시대의 출발’이다. 그 마지막에는 관련국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협력을 통해 함께 번영하는 미래가 있다. 그렇게 길지 않아야 할 그 과정에서 통일의 여건도 확충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돌발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새 길을 다지고 넓혀갈 수 있는 정치력이 중요하다. 첫 시험대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미국 내 주류 언론과 정치인, 북한 전문가 등은 그의 자질과 즉흥성을 비판한다. 상당 부분 사실이지만, 트럼프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계기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반발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은 조기 비핵화뿐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쪽이 크게 지면 사태가 복잡해질 수 있다. 그 이전에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과정이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

비핵화가 진행되면 북한 내 강경파가 반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체제 보장과 대북 지원을 결합한 정교한 조처가 그래서 필요하다. 북-미 불신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그 틈을 메울 수 있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중국·러시아·일본도 새 질서에서 온당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다고 여기면 심각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질서 재편의 한 주역으로 책임 있는 실천을 하도록 서둘러 틀을 짜야 한다. 냉전 질서에 집착하는 국내 수구세력에 대한 설득과 대응도 가볍지 않은 과제다.

새 질서에 대한 그림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미국은 지난 10년가량 중국에 맞서 사실상의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는 것을 동아시아 안보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이 전략은 평화를 지향하는 새 질서와 어울리지 않는다. 비핵화와 주한미군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와 역할의 조정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가 있어야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전환기가 시작되는 중이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했듯이 한반도의 분단이 세번째 세대까지 왔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제 그 끝을 바라보며 가야 하지 않을까.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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