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있는 트럼프타워는 부동산개발업자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완을 널리 알린 68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다. 1983년 건설됐다. 66층부터 68층까지 세 개 층을 터 트럼프가 자택으로 써왔다.
트럼프가 1988년에 쓴 책 <거래의 기술>에 건축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뉴욕 5번가 11층 낡은 건물을 점찍은 트럼프가 건물주에게 편지 공세를 벌여 거래를 성사시키고, 별도로 땅 소유주를 설득해 공동 개발에 합의하는 등의 과정이 무용담처럼 묘사돼 있다. 지금은 원수처럼 지내는 <뉴욕 타임스>의 힘을 빌려 당국 승인을 받았다니 격세지감이다.
지난해 1월 트럼프는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중앙정보국(CIA)을 방문해 직원들 앞에서 “여러분에게 더 큰 방을 마련해줘야 할 것 같다. 그건 건물을 어떻게 지을지 아는 사람이 지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기둥을 세우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해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영락없는 부동산 재벌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타워는 특별검사 수사로까지 번진 ‘러시아 스캔들’의 발원지로도 유명하다. 트럼프가 대선후보 시절인 2016년 6월 타워 25층 사무실에서 맏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캠프 좌장 폴 매너포트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타격을 줄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러시아인들을 만난 것이다. 만남 내용이 어찌됐든 후보 아들과 사위, 좌장이 변호사도 없이 러시아 스파이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은 난센스라는 평가가 많았다.
트럼프타워는 최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북한이 평양에 들어서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북-미 협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미국의 천박한 자본주의의 상징인 트럼프타워가 평양에 들어선다면 또다른 역사의 아이러니가 될 것이다.
백기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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