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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김정숙 여사께 드리는 입양가족의 글 / 정은주

등록 2018-05-22 20:04수정 2018-05-22 20:08

정은주
전국입양가족연대 회원·웰다잉 강사

김정숙 여사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입양가족이자 초등학생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지난 5월10일은 한부모가족의 날이었고 11일은 입양의 날이면서 싱글맘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미혼모와 한부모가족을 위해 제대로 된 지원이 하루빨리 시행되길 기원하며 진심으로 그분들을 응원합니다. 우리 사회의 편견에 시달려온 한부모가족을 위해 지난 10일 김정숙 여사께서 축사를 하신 것을 보며 참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 입양 탓에 양육을 포기하는 미혼모들이 있다고 주장하며 대립구도를 만들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런 주장은 싱글맘의 날에 상영된 동영상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해외입양률이 높은 우리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동영상은, 공항의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 아기 바구니가 줄지어 나오는 광경과 아기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먼 나라로 떠나야 하는 현실에는 누구나 가슴 아파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생명을 보는 시각은 너무나 저열했습니다. “정말 아기들이 저렇게 수하물처럼 입양을 가는 거예요?” 자녀의 이런 질문에 우리 입양가족은 어떤 답을 해야 할까요? 동영상 속에는 입양에 대해 생모와 아기를 강제 분리시키는 일임을 연상케 하는 메시지가 들어 있어 입양가족에게 깊은 수치심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또 다른 약자를 만드는 구조가 생기지 않도록 김정숙 여사께서 세심한 손길로 살피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해외입양을 금지하자며 무조건 비판하는 시각은 큰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 가려 우리 사회의 혈연중심주의와 장애아 차별 등 해외입양의 근본 원인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해외입양의 길이 막힌다면 그 아이들은 오롯이 국내 시설에서 가족 없이 자랄 확률이 매우 큽니다. 원가정 지원과 사회 편견의 해소, 국내입양의 확대가 단기간에 이뤄지기엔 현실이 이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간극에 놓인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해외입양을 없애고 싶으면 국내입양을 활성화하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원가정 보호를 해야지 왜 입양부터 강조하냐고 펄쩍 뛰는 이들이 있습니다. 낳은 이와 헤어지지 않고 원가정에서 자랄 수 있으면 참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미 생부모와 헤어져 시설에서 성장하는 많은 아이들, 만 18살이 되면 자립금이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몇백만원의 돈만 들고 퇴소해야 하는 아이들을 외면해도 될까요?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도, 언론인도, 학자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들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입양부모들의 모습은 흔히 보았습니다. 내 자녀가 될 수도 있었던 시설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입양되는 다른 친구를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던 그들에 대한 마음이 사무쳐서, 보이지 않게 애쓰는 이들입니다.

극도의 정의는 불의와 통한다는 말을 떠올려봅니다. 원가정 보호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서슴없이 아기들을 수하물에 비유한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이들과, 이를 아파하는 이들이 있는 현실을 돌아봐주세요.

해외입양이든 국내입양이든, 시설의 집단양육보다 입양을 우선시하는 것이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의 정신입니다. 자식을 위해 무릎 꿇는 부모의 심정으로 호소합니다. 언젠가 입양가족,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 또 그들과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꼭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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