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시민단체가 공직선거에서 부적절한 후보자를 선정해 유권자에게 공개적으로 알리는 낙선운동이 국내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 때였다. 그해 1월 전국 412개 시민단체들이 ‘총선 시민연대’를 발족해 4·13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단체들이 늘어나 최종적으로 971곳이 참여했다.
총선시민연대는 4월3일 부정부패 연루, 지역감정 선동, 민주헌정질서 파괴, 불성실한 의정활동 등을 기준으로 낙선운동 대상자 8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정치권에선 일부 반발이 나왔지만,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86명 중 59명(69%)이 낙선했고, 특히 수도권에선 대상자 20명 중 19명이 떨어졌다.
그러나 총선시민연대 지도부는 선거법이 허용하지 않는 집회 개최, 확성기와 현수막 사용, 서명운동 등을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 또 헌법재판소는 2001년 8월 낙선운동을 금지한 선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2004년, 2012년, 2016년 총선 때도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범위 안에서 낙선운동을 이어갔다. 또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선거법 개정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남 지역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25일 ‘서울 미래도시 재개발·재건축 시민연대’ 출범식을 열고 주요 정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초청했다. 이들은 시장과 구청장 등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공약에 반영하게 하고 선거 뒤엔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등 2020년 총선 때까지 활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선거법을 의식해 낙선운동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 사실상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출범식에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불참했고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만 참석했다. 김 후보는 “당선되면 취임 당일 오전에 모든 재건축·재개발 허가 서류에 도장을 다 찍고 재건축 기간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공익을 목적으로 시작된 낙선운동이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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