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북한 인권 문제는 오랫동안 보수에 ‘전가의 보도’였다. 북한을 공격하는 좋은 소재였기 때문이다. 그사이 진보는 그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다 보니 이 문제를 외면하다시피 했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책을 보며 진보의 그런 외면이 새삼스러웠다. 2016년 망명한 태씨의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읽다 보니 북한의 인권 실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탈북자인 만큼 어쩔 수 없이 감추거나 부풀린 점이 있을 것이다. 한 사람 말로 실상을 정확히 아는 것도 무리다. 하지만 북한이 거주 이전의 자유부터 양심·사상의 자유, 결사·의사표현의 자유 등 보편적 인권들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로 보였다. 태씨의 동료나 주변 인물이 갑자기 수용소로 보내지고 가족은 야반도주하듯 지방으로 쫓겨났다. 유럽에서 태씨와 동료가 함께 귀국명령을 받는데 한명은 숙청 대상이다. 둘은 누가 죄인이고 호송자인지 모른 채 평양행 비행기를 함께 탔다. 태씨의 소학교 친구는 김정일 사진으로 딱지를 치다 걸려 다음날 온 가족이 평양에서 쫓겨났다. 2000년대 초 귀국 선물로 양초가 인기였는데, 평양에 정전이 잦았기 때문이다. 1997년 덴마크가 아이들에게 주라며 보낸 치즈는 김정일의 군부대 선물로 둔갑했다. 김정은의 형일 뿐 아무 직위가 없는 김정철은 2015년 에릭 클랩턴 공연을 보러 런던에 와 하루 수천달러씩 탕진했다. 답답해서 이 문제에 오래 관심을 가져온 시민단체 인사에게 물었다. ―진보 쪽 북한 인권 운동이 있었나?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북한 인권만을 하는 보수와, 북한 인권을 제외한 인권 운동을 하는 진보 사이의 간극이 크다. 북한 인권만을 하는 건 정치적 이유 때문인데, 이를 경계하다 보니 진보는 주도권을 놓쳤다.” ―북한의 5개 수용소에 8만~12만명이 수용돼 있다는 보고서가 있다. “그 실상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최소한 박정희·전두환 때의 불법구금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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