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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장석준, 그래도 진보정치] 지지율 상승에 환호만 할 수 없는 정의당

등록 2018-07-19 17:54수정 2018-07-20 12:20

여론조사 결과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현재의 지지율 상승 추세에 커다란 허점이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10%의 지지를 받은 한국갤럽의 7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20대의 정의당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만 유독 그런 게 아니었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

지방선거 이후 정의당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7월 들어서는 10%를 넘어섰고, 자유한국당과 공동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기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하는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서 모두 그렇다. 정의당의 지방선거 목표 중 하나가 정당투표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거두고 자유한국당 대신 제1 야당이 되겠다는 것이었는데, 선거 끝나고 나서 이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이것은 한국 진보정당 역사상 처음 보는 지지율 양상이다. 민주노동당이 2004년 총선에서 13%를 득표하며 원내에 입성한 직후에 지지율이 20%로 치솟은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시적 현상일 뿐이었다. 이후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줄곧 5~10%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정의당은 2000년대 민주노동당을 넘어서는 미지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라 하겠다.

그러나 정의당은 마냥 환호할 수만은 없다. 여론조사 결과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현재의 지지율 상승 추세에 커다란 허점이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10%의 지지를 받은 한국갤럽의 7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 20대의 정의당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만 유독 그런 게 아니었다. 같은 기관이 지방선거 이후 매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은 다른 연령대와 달리 줄곧 5% 안팎에 머물렀다.

다른 기관의 조사 결과도 모두 비슷한 양상이다. 전반적으로 40~50대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20~30대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젊은 층일수록 진보정당을 더 지지한다는 통념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이는 해외 좌파 정치 동향과도 상반된다. 최근 주목받는 스페인의 포데모스, “민주당을 점령하라” 운동에 나선 미국의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 등은 모두 밀레니얼 세대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급성장했다. 밀레니얼 세대란 1980년대 이후 출생자를 뜻한다. 현재 20~30대인 세대다. 지금 대서양 양쪽 여러 나라에서는 이들 세대가 신자유주의 종식과 복지국가 복원, 노동조합운동 강화를 가장 열렬히 지지한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 사회주의’라는 말까지 나온다.

겉만 보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떤 나라에서는 20대가 좌파 정치 부활의 주역으로 등장한 반면 이곳에서는 진보정당 지지율이 20대에서만 정체 상태니 말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불과 1년 전 조기 대선에서는 젊은 세대, 그중에서도 여성을 중심으로 정의당 심상정 후보 지지 바람이 일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녹색당의 여성 후보들이 비슷한 바람을 일으켰다.

사실 지구 자본주의 어느 곳에서든 젊은 세대가 마주한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세대를 풍미한 유일 교리인 신자유주의는 답이 아님이 빤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새로운 길은 훤히 열리지 않고 있다. 경쟁과 승자독식을 강요하는 체제는 좀비처럼 목숨을 이어가는데, 설상가상으로 전에 없던 또 다른 혼란과 재앙이 닥치리라는 소식만 시끄럽게 들려온다. 그래서 다들 불안에 빠져 있다. 대서양 양쪽 나라들이나 우리나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오직 정치 세력의 역할에 있다. 스페인이나 미국, 영국에서는 좌파 정치의 일부 흐름이 젊은 세대의 불안을 희망이라는 더 강렬한 에너지로 반전시키는 데 일정하게 성공했다. 이들은 기성 거대 정치 세력들이 제시하는 고만고만한 선택지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단 이런 대안을 접하자 젊은 세대는 경쟁과 질시, 혐오의 무한 반복에서 벗어나 여론 주도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정의당이 아직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역할이다. 정의당은 정부-여당에 실망한 촛불 시민들에게 첫번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청년층은 단지 민주당에 실망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민주당 왼쪽에 있는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오직 정의당만의 커다란 비전을 자신 있게 제시할 때에만 미래 세대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정의당은 이 숙제를 파고들어야 한다. 만약 진보 세력이 기민하게 나서지 못한다면, 정반대 편에서 다른 누군가가 청년들의 불안에 똬리를 틀지 모른다. 처음 겪는 지지율 상승에 환호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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