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잊고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 ‘진주 한국방송(KBS)’이 있다는 사실을. 지역 이슈를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이 없다는 둥, 죄다 지방정부와 한통속이라는 둥 지역 언론을 비난해왔지만 진주 케이비에스를 겨냥하는 목소리는 다소 심드렁했다. 안타깝지만 진주 케이비에스가 지역에서 언론으로서 제구실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포기한 지 오래였다. 보도 기능은 실종됐고, 지역주민들과 관계망을 넓히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공영방송이니 언론이니 권위 잡아봤자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다. 지금 나는 ‘공영방송 케이비에스’를 ‘까고’ 있다. ‘너그들 지금까지 머 했노, 공영방송이 머신지 알고나 있냐’고 다그치는 것이다. 케이비에스 전체 예산의 50%가 매달 2500원씩 국민들로부터 가져가는 수신료인데 그런 케이비에스가 지금까지 무얼 했고, 앞으로는 어떤 장기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 국민이 똑같은 수신료를 내고 있는데 케이비에스는 왜 서울 본국(?)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인력 배치나 제작 시스템이 왜 서울에 집중돼 있는지, 전국 20개 지역국이 왜 그 지역에서 겨우 연명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공영방송 케이비에스’는 중앙집중식이다. 서울을 관할하는 서울 본국 외에 지역총국 9곳, 지역국 11곳 등 20개 지역국을 두고 있다. 지역총국은 인근의 지역국을 총괄한다. 철저히 수직적으로 편제된 조직이다. 케이비에스 이사회가 경영 최고의결기관으로 대부분 서울, 수도권 출신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케이비에스가 지역국 현실과 지역 공영방송에 대해선 그다지 의제로 삼고 있지 않다는 얘기일 수 있겠다. 내가 사는 동네, 진주 케이비에스 권역은 진주시, 사천시,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남해군, 거창군 등 8개 시·군이다. 인구 70만이 넘는다. 현재 진주 케이비에스 인원은 총 30명이 넘는다. 이 중 방송부는 기자 4명, 촬영기자 2명이다. 그런데 대부분 시민들은 진주 케이비에스가 어떤 프로그램, 지역 뉴스를 보도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시청자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딱히 분야별 전문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회의록만 살펴봐도 그렇다. 진주 케이비에스가 거둬들이는 1년 수신료가 100억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50% 정도만 진주 케이비에스 예산으로 쓰고 나머지는 서울 쪽 프로그램 송출비 등으로 간다. 진주 케이비에스 예산 중 자체 제작비는 얼마이고, 자체 제작 비율은 또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지역 케이비에스 대부분의 자체 제작 비율이 10% 이하, 진주 케이비에스도 이 정도이거나 못 미칠 것이다. 실정이 이러니 지역주민을 위한 방송문화서비스는 하물며 고려 대상도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역분권, 지역자치, 지역문화를 내건 지도 1년6개월이 되고 있다. 하지만 케이비에스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공영방송으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한 자성도 없고,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진 내부 평가에서는 장기 발전 전략 부재, 조직 혁신 부족 등이 제기됐다는데 서울 케이비에스가 케이비에스 전체일 수는 없다. 케이비에스 장기 전략에는 전국 20개 지역국에 대한 중·단기 발전 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역 콘텐츠를 고민하고 지역 언론으로서 보도 기능을 높이고 지역 공영방송으로 역할을 높일 인력 배치와 예산 분배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케이비에스는 새 사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한국 대표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 회복을 위한 고민 속에 지역 케이비에스에 대한 전략은 있는지 묻고 싶다. 아니 전국 20개 지역 케이비에스에 대한 업무 감사와 실태조사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역 케이비에스의 현실을 토대로 책임 있는 전략과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월 2500원 수신료의 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다. 강제징수라 여기면서도 지역주민들이 매달 꼬박꼬박 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공영방송 케이비에스, 너희는 누구 것인가. 진주에도 ‘공영방송 케이비에스’가 있긴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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