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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지역이 중앙에게] 진주시의회, 왜 반대해? / 권영란

등록 2018-11-12 18:01수정 2018-11-13 09:26

권영란
진주 <단디뉴스> 전 대표

앞뒤 다 자르고, 지금 진주시의회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결국 의회 생중계는 당초예산 편성이 힘들게 됐다. 지난 9월 진주시의회 시민 의정 모니터링단은 시의회에 2019년부터 의회 인터넷 생중계를 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내년 당초예산 편성이 되면 본회의장에 인터넷 생중계시스템을 설치해서 시의회 회의를 실시간으로 공개해 좀 더 많은 시민이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대놓고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지만 찬성한다는 의원들이 의원 정수 21명 가운데 반이 넘는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주시의회는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의회 생중계에 반대하는 일부 시의원들의 이유는 세가지이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지만, 첫째는 예산이 많이 든다, 둘째는 의정활동에 제약을 준다, 셋째는 예산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듣고 보니 진주시의회는 ‘시민 빼고’ 대의기관이거나 아니면 진주 말로 ‘시민을 알로(아래로) 보는’ 대의기관쯤으로 보인다.

한번 따져보자. 진주시의 경우 의회 생중계를 하려면 5억원 정도 예산이 필요하고 연간 유지보수 비용이 3천~4천만원 예상된다. 근데 이걸 두고 예산 부담이란다. 지역언론 단디뉴스에 따르면 제7대 진주시의회 의장단이 지난 4년간 쓴 업무추진비가 3억여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90%가 ‘밥값’으로 지출됐다. 물론 업무추진비 내역이나 사용 목적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실정이 이러할진대 의회 생중계 제안에 예산과 효율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나 싶다. 세금은 써야 할 데 써야 하는 것이다.

또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제약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쯤에서 문제를 다시 제기할 수밖에 없다. 제7대 진주시의회는 의원들 가운데 절반이 지난 4년 임기 동안 5분 발언 등 본회의장 발언을 한번도 안 하거나 단 한번만 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시의원이 의회에서 침묵했다는 건 명백히 업무 태만이다. 거기에다 자치단체장의 만행도 만만찮았다. 이창희 전 진주시장은 본회의장에서 내내 졸거나 시정 질의 하는 의원들에게 막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시민들은 알 길이 없었다. 뒤늦게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고 분노했다.

진주시의회 회의는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쭉 지켜봐왔지만 누리집 운영이 신속하거나 원활한 것도 아니다. 시민들이 회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은 회기 속기록과 본회의 영상이 다인데 이것 또한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가 지나서야 겨우 볼 수 있다. 이는 시민들에게 알리고 소통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있으나 마나 한 형식적인 절차로 볼 수밖에 없다.

솔직히 시의회 자치법규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의규칙이란 게 죄다 방청 시민들을 통제하는 것뿐이다. 시정 현안과 의정활동에 관심을 갖고 방청하러 온 시민들에게 촬영 허가를 받아라, 박수 치지 마라 등 엄숙함을 요구한다. 실제로 시의원의 5분 발언에 지지 박수를 보냈다가 당장 공무원의 제재를 받는 일도 있었다. 곧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주민이 의회에서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게 된다는데, 질서는 있되 시민 참여를 적극 보장하고 좀 더 자유로운 지방의회가 될 수는 없나 싶다.

365일 가운데 지방의회 회의가 열리는 기간은 100일 정도이다. 시민들은 시정 현안과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궁금하지만 회기 동안 일일이 의회에 직접 나갈 수는 없다. 진주시의회 시민 의정 모니터링단으로 활동 중인 이혁(47·초전동)씨는 “의회 생중계는 예산 편성만 되면 바로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의원들의 동의만 있으면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시의회는, 시의원들은 시민들이 의회 생중계를 제안할 만큼 의회활동에 관심 가지는 것을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경남에서는 18개 지방정부 중 7곳만 의회 생중계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적은 편이다. 의회 생중계 요구는 진주시만이 아니라 다른 시·군에서도 시민들이 적극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최소한의 시민 주권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 높이는 지역 현실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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