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지난 12월27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은 ‘김용균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용균법으로 이름 붙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당장 산안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고 김용균씨가 사고 당시 수행했던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나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작업 중 사망한 김아무개군의 업무는 도급금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향후 시행령이나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도급금지 대상이 확대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위험의 외주화 배경에 깔려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용관계 개선이 매우 중요한데도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제대로 진행되었더라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고용 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용균씨는 2인 1조 원칙 위반과 위험한 근무 환경에 방치되었다. 이에 대해 직접고용 정규직이 이 업무를 했더라도 안전수칙 등을 지키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고가 일어났을 상황이라며, 하청노동자가 사망하지 않도록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직접고용 정규직화 요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물론 정규직들도 위험한 일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하청노동자만큼 사고가 나지는 않는다. 정규직은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이 업무는 너무 위험하니 일을 못 하겠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업무에 대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이나 하청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들은 시키면 일할 수밖에 없다. 위험 업무를 맡더라도 원청 정규직이 되어야 서로 소통하며 현장 문제를 개선할 수 있고, 업무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자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주장되는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민영화·외주화 위주의 정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독점적인 전력산업을 시장경쟁에 노출시켜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민영화 정책을 실시했다. 발전부문이 한국전력에서 분리되어 5개의 화력발전사와 1개의 원자력 자회사로 구성되고, 2002년까지 화력발전 자회사 중 하나를 매각하기로 했던 것도 그 일환이다. 2002년 발전산업노조가 파업에 나서고 전력 민영화·외주화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도중에 중단되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노조의 조직력이 약화되고 에너지정책의 민간 확대가 적극 추진되면서 외주화는 다시 탄력을 받았다. 과거 한전 시절 정규직이 했던 화력발전소 내 연료설비, 환경설비 등의 업무까지 전방위로 외부 위탁되었고, 그 결과 발전소 운영의 핵심 업무들이 외주화된 상태다. 정부·여당은 지난 12월19일 발전정비 민간위탁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과 지난 정부의 발전정비 민간 경쟁체제 확대 정책이 충돌하면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민간 개방과 외주화를 멈추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사들은 민간 개방과 경쟁 도입 이후 고장 건수가 줄어들었다며 여전히 외주화 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기에 죽어나가는 하청노동자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 발전업무의 외주화는 기업 내부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 및 안전에도 영향을 준다. 발전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민간 경쟁체제 확대 정책이 폐기돼야 한다. 새해에는 민영화·외주화 정책을 다시 검토하는 첫걸음을 발전산업에서부터 내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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