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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미온적인 검찰의 수사권 조정 / 민경한

등록 2019-01-03 18:29수정 2019-01-03 19:33

민경한
변호사·전 대한변협 인권위원장

새 정부 출범 뒤 검찰개혁이 최대 화두였으나 사법농단 사태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이 늦어져 최근에야 논의 중이다. 수사권 조정 논의 지연은 야당의 소위원회 구성 비협조와 검찰의 미온적 태도, 법무부 장관의 개혁 의지 부족과 리더십 부재 등이 어우러진 것이다.

검찰은 여러 구실을 대며 수사권 조정에 미온적이다. 지난해 6월21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두 장관이 협의하여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후 정부안을 제출하지 못했고,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이 사실상 정부안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자치경찰제가 선행돼야 하고, 경찰 수사 시 인권침해가 많이 발생하므로 인권보호 기관인 검찰의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고, 부패범죄나 경제범죄 등 중요 범죄는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없으니 검찰이 일차적으로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한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필요하지만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제도는 아니고 수사권 조정 이후 실시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자치경찰제를 꼭 수사권 조정과 연계할 필요는 없으며 지연 전략으로 보일 뿐이다.

수사는 압수, 수색과 체포·구속을 필요로 하므로 항상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 경찰은 수사의 97%를 담당하고 초동 수사를 하므로 인권침해 빈도는 검찰보다 높을지 몰라도 수사 사건 수 대비 인권침해 비율이나 침해 정도는 검찰이 결코 경찰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2005~2014년에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한 사람만 108명이고,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검찰에 자살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조사하는 사건에서도 검찰의 부실수사, 인권침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경찰보다 인권보호 측면에서 낫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경찰 수사 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예방과 통제를 위한 제도는 마련되어야 하나 수사권 조정에 미온적일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백 의원 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으로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 범죄 등 중요 범죄를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중요 범죄에 대해 경험과 능력이 부족하므로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한다. 초기에는 경찰이 중요 범죄에 경험이 부족해 미흡할지 모르지만 우수한 인력 채용, 전문 교육, 경험 축적 등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권 독점으로 인한 검찰권 남용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 분리를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실현하려는 수사권 조정의 기본 이념에 반하는 검찰의 직접 수사는 가능한 한 지양해야 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2000년, 진료는 의사가, 약은 약사가 하는 의약분업 때 의사들은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집단 휴업을 하면서 거칠게 반대했다. 의사들은 약사들의 조제 실력이 부족하고 약품 오남용이 우려되며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초기에는 불편함과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지금은 정착되어 잘 시행되고 있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하도록 수사권을 조정하려고 하자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검찰의 여러 미온적 태도를 보면 의약분업을 반대하던 의사들 모습이 떠오른다. 통제되지 않고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 행사하는 검찰권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은 국민의 70%가 수사권 조정을 찬성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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