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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위한 제언 / 박병규

등록 2019-02-11 18:23수정 2019-02-12 13:55

박병규
광주광역시 사회연대일자리 특별보좌관

지난달 31일 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가 광주 빛그린산업단지에 자동차공장을 짓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무려 4년7개월 만에 나온 성과다. 협약 체결을 계기로 사업의 가속성은 높아질 것이다. 현대차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사업 참여를 결정했고 이미 정부는 지원예산을 확보해뒀으니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반신반의했거나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던 목소리는 줄어들 것이다.

투자자 모집, 신규법인 설립, 공장 건설, 사업운영계획 수립 등 해야 할 과제가 녹록지는 않지만 심각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외려 지금까지의 과정보다는 쉬울 것 같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사업이라 그렇다. 가능한 한 빨리 공장이 지어지고 우리 지역의 청년들이 고용되어 더 이상 일자리가 부족해 고향을 등지거나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 2017년 기준 광주시 순유출 인구는 8200명이고 이 중 20~30대가 5400명이다.

돌이켜보면 어려움이 참 많았다. 노동이 중심이 될 때 성공 가능한 정책임에도 노동 배제적 사회인식과 문화, 중앙과 지방정부의 정책과 태도가 협약을 지연시킨 가장 큰 이유임을 이제라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광주형 일자리는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현실과 기업 규모와 고용 형태에 따른 심각한 격차가 정의롭지 못하고 불공정하다는 진단에 기초한 사회통합형 일자리 전략이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감한 적폐청산 없이는 신산업 성장도 불가능하고 좋은 공동체와 지속 가능한 사회로 갈 수 없다. 언제나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은 있다. 오랫동안 봉건제가 유지되어왔던 것이나 여성의 참정권이 부정될 때도 그랬다. 그들에게는 너무 과격한 것이었고 기득권을 빼앗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사의 발전은 그것을 넘어설 때 가능함을 우리는 보아왔기에 지금까지의 노력과 성과가 중단되면 안 된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이보다 더 나은 현실적합성 높은 정책이 어디에서도 추진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협약이 체결되었다고는 하나 그 과실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우선순위를 가리고 선택과 집중의 조화가 필요하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 최고경영자(CEO) 잭 웰치에게 강조한 것도 선택과 집중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상반기 안에 2~3개 지방자치단체에 적용할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은 우려된다. 기계적으로 추진될 일이 아니다.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단순하게 비즈니스 모델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사회적 대화와 혁신을 통한 지역 주도형 일자리 사업이 표준화되고 획일적인 중앙 주도 사업의 재탕으로 회귀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향후 일자리 창출은 기술 혁신과 사회적 대화와 사회안전망이 결합된 융복합적 사고가 있어야 가능하다. 정부가 조정능력을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자의 과감한 도전정신의 발현을 기대한다. 우리가 이토록 애써온 것은 단순한 투자자의 지위로서 위탁생산 차익실현 보장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관성적인 노사관계와 경영방식을 고집하겠다면 과잉중복 투자와 산업정책 실패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동에 대한 무지, 행정의 무모함, 사회적 무경험은 투자 협상의 장애였다. 노동을 설득의 대상 정도로 치부하면 다시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노동계가 동의할 수 있는 계획 수립도 중요하지만 노동이 계획 수립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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