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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우려되는 정부의 조세정책 / 김현동

등록 2019-04-04 18:11수정 2019-04-10 17:00

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최근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과 증권거래세 개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고 있자니 깊은 우려가 든다. 사실 두 사례는 정부의 근본적인 세제개편 의지 부재라는 한결 더 큰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 말은 앞으로도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원래 세금 계산 과정에서 공제될 성질이 아닌 까닭에 공제를 처음 허용할 때 일몰기한을 두었다. 일몰기한이 도래할 때마다 몇년씩 연장되기가 수차례였다. 결국 지금까지 20여년간 제도가 존치돼왔다. 다시 올해 일몰이 도래하자 기획재정부는 이번에는 정말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늘 그래 왔듯이 당해 제도의 수혜자인 근로소득자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넉넉히 예견된 조세저항임에도 이에 놀란 당·정·청은 일몰을 다시 3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기재부 체면만 구겨졌다.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하반기 무렵 쟁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한 증권거래세 폐지 요구에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적극 호응한 결과다. 기재부는 초기에 적극 방어에 나서다 갑작스레 세율을 0.05%포인트 인하하기로 발표했다.

두 사례에서 드러난 공통된 문제는 정부가 과세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과세소득 계산에 관한 법리에 어긋나고 또 애초 도입 취지가 충분히 달성되었으므로 그 존치 근거가 사라졌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폐지를 밀어붙이지 못했다. 증권거래세의 경우에도 폐지론자들이 내세우는 주된 논거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함에도 정부는 세율 인하라는 카드를 내세워 이들을 달랬다. 증권거래세는 유통세의 일종으로 유통세는 원래 소득의 실현 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세금이다. 이중과세는 무조건 금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미신이다. 물론 지금의 증권거래세가 무결점이라 손댈 곳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증권거래세만 따로 개편할 것이 아니라 주식양도소득세와 패키지로 묶어 함께 손봐야 한다. 주식양도소득세의 전면적인 과세 대상 확대와 손익통산이 필요하다. 이렇듯 주식양도소득세의 개편이 이뤄질 때 증권거래세도 그에 발맞춰 세율을 대폭 인하하거나 폐지함이 옳다. 아무튼 이론적으로는 당장 정부가 그렇게 꿀릴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두 사례에서 원칙대로 밀어붙이지 못했을까? 우선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 그 자체로만 보았을 때 폐지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다. 문제는 근로소득자들이 이것만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정부가 어정쩡하게 손본 다른 세금, 예컨대 부동산 보유세를 가리킨다. 담세력에 따른 공평과세가 철저하게 적용되지 않는 마당에 자신들에게는 원칙대로 하겠다는 정부 생각에 동조할 월급쟁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증권거래세 대응은 의아하다. 증권거래세 폐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여당의 자본시장특위도 주식양도소득 과세 대상 확대에 발맞춰 내년부터 순차적인 세율 인하를 담은 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게다가 앞으로 세수 불황도 예상되고 있다. 정부 태도의 돌변을 두고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지난 몇년간의 초과세수로 악화된 여론도 정부 대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세제개편에 대한 의지 부재가 낳은 결과로 보아야 한다. 개별 법규정 하나만을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아니라 세제 전반에 대한 공평성을 제고하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움직임이 정부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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