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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4·16교육과정을 고시하라 / 전경원

등록 2019-04-15 16:51수정 2019-04-15 23:22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16일 오후 전남 진도 맹골수도에서 침몰한 세월호 주변을 조명탄으로 밝히면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16일 오후 전남 진도 맹골수도에서 침몰한 세월호 주변을 조명탄으로 밝히면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차라리 안내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방송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지시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가르치지 않았다면. 차마 인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고, 차마 눈 뜨곤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참사가 준 충격과 상처는 만만치 않았다. 슬픔. 분노. 울분. 참혹함. 처참함. 괴로움. 그래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국가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또 무엇인가. 본질적 질문을 무수히 던졌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넘어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 무조건 순응하며 수동적 자세를 요구하는 교육만 강조하지 않았던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했다. 권위에 복종하도록 가르친 것은 아닐까. 전문가의 지시라면 비판적 사고 내지 주관적 판단을 배제한 채, 가급적 순응하도록 가르쳤던 걸까.

참사가 던졌던 무수한 의문은 교육계에 본질적 물음과 영원한 과제를 던졌다. 어떤 권위일지라도, 비록 전문가일지라도, 아무리 사회 저명인사의 주장이나 발언일지라도 주체가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수용할 수 있는 교육을 했었던가. 만일 그랬다면, 그렇게 가르쳤더라면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던 아침, 우리 아이들이 조금은 더 주체적으로 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기 위해 움직였을까. 교육공동체에 몸담은 우리의 문제의식은 이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쩌면 여전히 교사 위주의 일방적 지식전달을 위한 수업설계와 평가로 공인된 권위에 복종하도록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닌가. 국가는 지금도 획일적 교육과정과 각종 지침을 바탕으로 학생 개인의 개성과 특수성 그리고 다양성을 배려하지 못한 채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지 않은가. 참사 이후 만 5년이 지났다. 우리 교육은 어떻게 변화했고 어디쯤 왔는가.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던진 과제는 교육과정 혁신 그 이상의 무엇을 요구한다. 단순한 지식전달 위주의 수업에서 학생의 역할은 수동적 자세로 남게 된다. 일방적인 지시를 수용할 뿐이다. 전달된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잘 따라 반응하는가에 따라 평가가 이뤄진다. 비판적이고 독창적인 관점과 창의적인 자세나 태도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달자인 교사의 의도와 심중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가의 여부가 평가의 핵심이다. 그나마 2015교육과정에서는 발표와 토론 그리고 프로젝트 위주의 학습법을 구현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다소나마 고민했던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교과목별 성취기준은 여전히 교사 위주의 일방적 주입식 수업으로 진행해도 무방한 내용을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정 과제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탐구와 발표를 하고 교사와 학생이 서로 토론하며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 진술이 성취기준에 담겨야 한다. 그런 이유로 2015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새로운 교육과정 수립을 위한 연구와 토론을 심도 있고 광범위하게 진행해야 한다.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하는 인간상과 핵심역량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성취기준 고시 내용이 명료해야 한다. 또한 학습방법을 구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성취기준 진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4·16교육과정’ 내지 ‘세월호교육과정’이라고 명명해도 좋을 만큼의 충분한 함의를 지닌다고 확신한다. 현재까지 진행했던 그 어떤 개정교육과정보다 현실적 요구와 필요성이 충분하다. 4·16 참사로 금쪽같은 자식을 잃은 세월호 가족, 제자들의 참사를 가슴에 묻어야 했던 교원들, 동시대 친구를 잃은 젊은 세대, 정신적 상흔을 입은 채 살아가는 국민을 위한 치유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 세대를 보호하지 못한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통감한다면 반드시 집행해야 할 예우이자 정당한 처우가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19세기에 고안된 교실에서, 20세기에 태어난 교사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실도 당황스럽지만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 시대에서나 필요했던 동일품종 대량생산에 기반한 교수법을 여전히 고수하며 가르치는 현실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을 때, 우리는 희망을 말할 수 있다. 4·16교육과정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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