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치적 판관’을 자처하며 시작된 ‘조국 대전’은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결론 날 것이다. 세 가지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가운데 한 사람이 사퇴하거나, 시차를 두고 사실상 동반 퇴진하는 것이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윤 총장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특수부 검사를 총동원한 ‘벌떼 수사’, 영역을 끝없이 확장한 ‘먼지털기 수사’에도 정 교수를 구속 못 한다면 무리와 무능을 자인한 셈이니 더 버티는 게 볼썽사나울 것이다.
정 교수가 구속되면 상황은 좀 복잡해질 것이다. 조 장관이 물러날 수도 있다. 본인의 범죄 혐의가 나오지 않는 한 장관직을 지속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경우 윤 총장이 반격할 수 있다. 조 장관이 버텨도 먼저 물러나는 방법이 있다. 조 장관까지 기소한 뒤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겐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조 장관과 윤 총장 거취는 이미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조국대전을 통해 여론은 극명하게 갈렸고, 두 사람 모두 현재 자리를 길게 가져가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그 뒤에 펼쳐질 본질적인 싸움에 집중해야 할 때다. 법무부 장관 자택까지 압수수색한 ‘검찰의 반란’은 그들을 향한 개혁의 칼날을 무력화하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검찰에 환호하는 정치세력과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총대를 메려 할 것이다. “보수도 진보도 다 썩었다”는 냉소는 든든한 우군이다.
윤 총장이 조국대전을 의도한 것인지, 개혁의 칼날을 피하려는 검사들의 집단반발에 편승한 건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조국대전의 상처를 넘어 검찰개혁을 완수할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건 청와대와 여권의 절박한 과제이자 의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1년 발간한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이 좌절하고, 검찰의 보복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음에 이른 과정을 입체적으로 진단했다. 검찰총장 인선 패착,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면 검찰이 개혁될 것이라는 나이브한 생각, 검찰 집단의 선의에 대한 낙관….
적잖은 이들이 조국대전에서 데자뷔를 보는 듯한 불길함을 느낀다. 적폐 청산을 위해 특수부 검사의 약진을 용인하고 ‘검찰주의자’ 윤석열을 총장에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를 주문한 문 대통령의 선택은 최선이었는지 의문이다. 스스로 참여정부의 좌절을 반추했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이 부분을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던 게 아닐까.
지금부터는 달라야 한다. 대선자금 수사로 검찰이 국민적 영웅이 되고, 여권 안에서조차 검찰개혁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를 상실하며 반격당한 참여정부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조국 수사를 끝낸 검찰은 패스트트랙 수사로 야당을 겨냥하며 공정한 심판자를 자임할 것이다. 칼날이 야당을 향한다고 선한 검찰이 되는 건 아니다. 정치적 중립을 명분 삼아 통제 없는 검찰만의 독립을 향해 줄달음질하는 걸 막아야 한다. 제도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먼지털기식 수사 관행을 차단해야 검찰을 선하게 통제할 기초가 마련되는 것이다. 지난한 싸움이다.
윤석열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에도 검찰개혁 여론이 잦아들지 않은 건 다행이다. ‘논두렁 시계’를 연상케 하는 피의사실 흘리기, 별건 수사 등 구태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또렷해졌다. 검찰 권력에 대한 제도적 견제 시스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다. 이르면 12월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다. 문 대통령에겐 특수부 축소, 엄정한 검찰 인사로 검찰을 개혁할 시간이 아직 충분하다.
관건은 민심의 지지를 잃지 않는 것이다. ‘조국 장관이 아니면 검찰개혁은 끝장난다’는 비관론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다. 여권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사퇴하는 게 최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조국대전이 남긴 검찰개혁의 열망을 동력 삼아 무소불위의 권력 검찰을 개혁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희생도 치를 각오를 다시 다져야 한다.
신승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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