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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벼랑끝전술’의 종착점 / 백기철

등록 2019-09-25 16:27수정 2019-09-25 21:28

조만간 재개될 북-미 협상을 앞두고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북한 수석대표로 등장하는 등 대미 협상 라인이 진용을 갖췄다.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 수석대표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1990년대부터 계속된 북한 ‘벼랑끝전술’의 주역들이라고 할 수 있다.

리수용과 리용호는 북한 외교의 실세 중의 실세다. 리수용은 1990년대 초 스위스 대사 시절 김정은을 돌보면서 김정일 부자와 밀착됐다. 김정일 생전에 어려운 건의를 곧잘 했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 시절 서방 원조 요청에 나설 것을 건의했고, 김일성 배지를 외국에선 뗄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휴대전화 보급도 그의 건의에 따른 것이었다. 리수용은 2014년 외무상을 맡으면서 김정은의 외교 사령탑으로 등장했다.

리용호는 벼랑끝전술의 창안자로 돼 있다. 1990년 미국의 군축전문가 프로그램에 6개월간 참여했던 그는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라는 벼랑끝전술을 주창했다. 과묵하며 책을 가까이하던 그의 강경론은 의외였다고 한다(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최선희는 김일성에게 올라가는 모든 보고를 담당했던 김일성의 ‘책임서기’ 최영림의 딸로 외무성에서 통역으로 일을 시작했고, 김명길은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리용호와 함께 외무성의 ‘핵 상무조(태스크포스)’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6월 판문점 ‘깜짝 회동’ 이후 북-미 협상이 지연된 데는 이들의 ‘독설 벼랑끝전술’ 탓도 있다. 리용호는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를 직접 비난했고, 최선희는 “대화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했다. 그사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됐으니 의외의 소득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벼랑끝전술은 전투는 곧잘 하지만 전쟁에선 수렁에 빠져 있는 ‘전략적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 핵무기 말고 내세울 게 없는 북한의 현실이 그렇다. 하노이 회담 실패로 벼랑끝전술의 효용성도 많이 떨어졌다. 북-미 접촉이 어떻게 결말나든 30년 벼랑끝전술도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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