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다시금 인물 영입 경쟁을 시작했다. 한국 정당정치에서 인물 영입은 무척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념·정책적 차별성이 적은 탓에 인물과 그가 자아내는 이미지에 의존해 차별성을 확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각각 진보와 보수로 불리지만, 사실상 둘 다 보수정당일 따름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전쟁 이후 조봉암의 진보당 세력을 배제함으로써 만들어진 보수독점 정당체제의 후손들로서 반공주의와 성장주의의 틀 안에 갇혀 있는 세력들이다. 다만 이들은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집권세력과 이들에 반대했던 야당세력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이념과 정책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표방의 측면에서 보면 이념·정책적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분단국가 해소와 분배 지향성이 한층 더 강하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대외의존성과 반공주의·성장주의 고수 성향이 아주 완고하다. 하지만 결국 재생산하는 정치적·사회경제적 질서의 측면에서 볼 때, 양당 모두 친미의존적 대외정책과 친재벌·민중배제적 시장주의 정향에 머물러 있다. 일상적 정치에서는 편견을 조장하고 강화하는 막말을 통해서, 선거정치에서는 지역주의를 동원하고 색깔시비를 벌이면서 차별성을 띠어온 이유다. 인물 영입 역시 이런 차별화 전략의 선상에서 등장했는데, 지역주의와 색깔시비가 비판에 직면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그 비중이 한층 더 커진 상태다. 최근 한국 정치의 특징으로 이념 양극화가 꼽힌다. 이 때문에 어떻게 이념·정책적 차별성이 미약하다는 말을 할 수 있냐고 물음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의 물음은 성립하기가 어렵다. 작금의 이념 양극화는 각 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가지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과 부정적 인식을 자극해 차별성을 극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정략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념 양극화가 이런 특성을 갖는 이유는 다섯가지다. 첫째, 양당의 이념정책적 위치가 애초에 반공과 성장이라는 역사구조적 경계에 갇혀 좌도 우도 아닌 중간지대에서 겹쳐 있다. 둘째, 중간지대 지지층의 충성도가 매우 유동적이다. 셋째, 중간지대 지지층의 선호를 지속적으로 반영할 이념·정책적 역량이 부재하다. 넷째, 따라서 차별성을 강화하기 위해 남은 길은 전통적 고정지지층을 향해 각자 좌 혹은 우로 이동하는 것이다. 다섯째, 그런데 각 당의 전통적 고정지지층에게 중요한 것은 이념·정책적 차별성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과 부정적 인식이다. 이념 양극화의 이런 특성은 작금의 영입경쟁에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시도와 정의당의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영입을 볼 때 그러하다. 두 경우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전자는 가해 당사자의 피해망상에 기초해 당파심을 자극하려는 것이고, 후자는 피해 당사자를 정치 주체로 내세우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가해 및 피해 당사자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과거사를 두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과 부정적 인식을 동원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영입 경쟁이 이념·정책적 차별성이 부각되기 어려워 출현한 것을 넘어서서 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이념·정책적 차별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러려면 영입의 주된 대상은 가해 혹은 피해 당사자가 아닌, 이념·정책의 구현에 필수적인 정치적 타협과 갈등 조정의 훈련과 경험을 쌓은 이들이어야 한다. 이런저런 정치적·사회경제적 갈등의 현장에서 다양한 사회집단과 개인을 대표해 신뢰를 쌓아온 이념·정책적 활동가들을 특히 영입해야 한다. 그간에 일상의 정치과정에서도 제 몫을 하는 영입 정치인을 보기 힘들었던 이유는 그런 이들을 영입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유능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경제분야에서 성공한 인사 등을 영입하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 이 역시 문제다. 정치 역량은 화려한 성공 경력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실패의 경험에서 온다. 그래서 윈스턴 처칠이 말한 바처럼 “거듭된 실패에도 열정을 잃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성공”임을 아는 이들을 영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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