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ㅣ 배재대 교수·조세법
국내외 경제 상황이 엄중함에도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이 무색할 만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부 지방 대도시의 집값 과열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 주요 아파트들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운다.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모두 머리를 싸매고 주판알을 튕긴다. 중개업자들은 지금 잡지 않으면 매물이 소진되거나 내일은 수천만원이 올라가 있을 거라며 매수를 부추긴다.
사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 현 정부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참여정부 때 부동산 정책을 설계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책의 키를 잡았던 까닭이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상조 정책실장의 최근 발언처럼 이번에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기대의 근거였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정부의 대처 능력에 실망한 나머지 그간 관망하던 무주택 실수요자들까지 뛰어들어 시장을 더욱 가열시키는 양상이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발표된 부동산 대책 중 굵직한 것만 십여건 정도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대출을 조이고 투기지역 지정과 세금을 늘리고, 분양가는 통제하고 재건축 초과이익은 환수하는 것이다. 웬만큼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다. 세금 위주로 몇가지만 보자.
2017년 발표된 8·2 대책과 후속 조치는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을 대폭 늘리는 개편안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동시에 세입자의 주거안정과 임대소득의 세원 포착이라는 명분하에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거꾸로 세금을 줄여주는 기존 제도를 더 확대했다. 예컨대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등록하고 8년이 지나 매도하면 양도차익의 70%를 공제해주기로 했다. 2억원 주고 산 주택을 10억원에 팔아 생긴 차익 8억원 중 5억6천만원을 세율 적용에서 빼주겠다는 것이다. 양도세 중과 대상 제외도 유지해주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종합부동산세도 면해줬다. 심지어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규정도 유지했다.
이 모든 말들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다주택자의 수익률 상승을 뜻한다. 당연히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파르게 증가했고 부동산 시장은 요동쳤다. 이듬해 발표된 9·13 대책에서 정부는 앞서 임대사업자에게 주었던 혜택을 다시 대폭 거둬들이는 안을 발표한다. 정책 실패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9·13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잠시 진정되는가 했지만,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6월 이후 계속 상승세다.
부동산 과열 원인은 여러가지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로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하다. 마땅한 투자처는 없다. 과도한 세제 혜택으로 임대사업자가 등록한 주택들의 매물은 잠겨 있다. 2018년 중반에 발표된 종합부동산세 개편은 세금을 찔끔 올리는 것에 그쳐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를 가능하게 했다.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것을 우려한 사람들의 불안 심리와 투기세력도 한몫한다. 위에서 보았듯이 정부의 여러 정책 실수는 말할 것도 없다.
집값 상승의 원인이 여러가지고 복합적인 까닭에 이를 해결할 유일한 해결책은 없다. 결정적인 한방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집을 투기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상품성을 거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수급을 개선해야 한다. 수급 개선의 방법은 여러가지다. 그중 세금과 관련해서는 보유세를 더 높이고 취득세와 양도세는 낮추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방법의 추진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보유세 인상의 역풍을 우려한다. 참여정부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생생한 까닭이다. 지방정부의 최대 수입원(지방세의 28.2%)인 취득세를 손대는 것은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의 거센 반발로 이어질 터다. 그러나 보유세에 대한 지나친 눈치 보기,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정부·여당의 소극적인 행보 탓도 크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를 잡을 자신이 있다고 공언했다. 이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보유세 인상을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