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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서울 아파트값 “67% 거품” / 김창기

등록 2020-02-06 18:04수정 2020-02-07 14:18

김창기 ㅣ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최근 빠른 추세로 오른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정부와 주택 매매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됐다. 정부는 규제 정책들을 계속 내놓았고 일각에서는 그냥 시장에 맡기라고도 한다. 정책 입안이나 시장경제의 원리에서 중요한 것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주택 가격 또한 수요자가 지불하려고 하는 가격과 공급자가 요구하는 가격의 근접점에서 결정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경제 행위를 제한하는 방향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시장의 한 축인 수요자의 의사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으며 수요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격대의 주택을 공급하려는 정책은 매우 드물었다. 집값 상승 문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요즘이야말로 수요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기에 적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수요자 입장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얼마면 좋을까? 이 문제에 대해 미래의 주택 수요자인 청년들이 어느 정도의 소득을 희망하는지, 그리고 주택을 구매할 때 어느 정도의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등을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다. 청년들은 기대 연봉으로 평균 4천만원 정도를 꼽았으며, 집을 살 때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은 연봉의 약 6배 정도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평균적으로 2억원 내지 3억원 수준의 주택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걸음 나아가, 서울시 구별 거주민들의 소득 수준인 평균 연봉과 주택구매 시 지불 용의 가격 수준 등을 살펴보고, 적정한 서울 주택 수요자 가격으로 연봉의 6배인 ‘6배룰(rule) 가격’을 산출(2017~2018년 데이터 반영)해봤다. 주택 매매 가격이 6배룰 가격보다 현저히 높을 경우 집값에 거품이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수요자 관점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에는 평균적으로 67%의 엄청난 거품이 있다고 분석됐다. 대부분의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구에서는 70% 이상의 거품이 있으며 그 밖의 지역들도 거품이 50~60%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서울 집값이 주택 구매자들이 원하는 수요 가격, 그리고 구매력의 기준이 되는 소득 수준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 보유자에게도 가격이 많이 오르는 게 꼭 반가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거주 목적으로 장기적으로 주택을 보유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미래에 자녀들은 집을 사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거품이 일시에 터지면 여러 가지 곤란한 문제들을 겪을 수 있다.

급격한 집값 상승 문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수요자 입장에서 마련한 정책들을 펼친다면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한가지 방안은 거주용 주택과 투자용 주택을 구분하여 관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나 지자체가 아파트를 공급할 경우 수요자들이 기꺼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거주용 주택만을 제공하는 것이다. 거주용으로 공급한 주택은 투기나 투자 목적이 아닌 서민들의 주거지 제공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거주용 주택을 팔아야 할 경우 매입가격을 고려한 수준에서 공급자에게 되팔거나 6배룰 가격 정도의 적정한 가격대에서 매매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돈벌이 되는 투자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주택은 국민 모두에게 기본적인 삶의 요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실수요자의 의사를 중심에 두는 쪽으로 주택정책을 바꾸면 좋겠다. 그것이 ‘사람 중심’을 내세우는 이번 정부가 걷고자 하는 방향과도 같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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