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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방심위 ‘솜방망이’ 심의…종편들, 총선 앞 정당 홍보매체로 뛰어”

등록 2020-03-10 17:03수정 2020-03-11 02:44

김이택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어떻게 자기 역사 정리하는 것마저 거짓으로 하나”
조선·동아 100년 왜곡보도 아카이브등 ‘시민행동’ 활발
코로나 보도, 과학정보 전달보다 정부 공격에만 초점

허위정보, 정부 나서기보다 정보통신망법부터 손봐야
지상파 지배구조 개선, ‘이용마법’ 추진부터 시작해야
현 정부 ‘언론개혁’에 소극적, 현상 유지 급급한 인상
김언경 사무처장이 4일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언경 사무처장이 4일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1984년 결성된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에 뿌리를 둔 대표적인 언론운동 단체다. 시민들의 후원으로 37년째 활발한 언론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종이신문에서 방송보도와 종편의 시사토크쇼, 포털, 유튜브까지 모든 종류의 미디어가 그 대상이다. 올해는 총선에다 <조선일보><동아일보>100주년까지 겹쳐 눈코뜰새 없이 바쁜 김언경 사무처장을 만나 언론 관련 여러 현안을 두루 물었다.

김 처장은 100주년에 즈음한 조선·동아일보 연재 기사들에 대해 “어떻게 자신들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마저 거짓으로 하나,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올 4월 재승인 심사를 앞둔 <티비조선> 등 종편 보도에 대해선 “지난 2017년 3월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을 때는 시사토크쇼 수도 줄이고 방송도 좀 조심하는 듯 싶더니, 방통심의위가 여전히 종편에 솜방망이 심의를 내리는 것을 확인한 이후 다시 과거 막무가내 방송행태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의지가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보수언론들의) 언론탄압이라는 반격을 우려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 같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뒤 전화로 추가했다.

■ 조선·동아 100년 

- 57개 언론·시민사회·종교단체로 꾸려진 ‘조선동아청산시민행동’(시민행동)이 지난해 9월 발족했다.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시민행동이라는 연대체 차원에서 공통으로 추진하는 일도 있지만, 연대에 참가한 각 단체들이 잘할 수 있는 것들을 개성있게 역량껏 진행하고 있다. 민언련은 지난해 9월부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100년간 왜곡 보도를 정리한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조선일보 대해부>와 <동아일보 대해부>를 토대로 국회 도서관에서 문제 기사의 마이크로 필름을 일일이 찾아서 설명을 붙여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최악보도 100선>(이하 ‘최악보도 100선’) 책자를 만들었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은 1인 시위에 이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언론노조를 비롯해 민주노총 각 지본부도 역량껏 조선일보 100년을 지적하는 선전 활동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언론자유를 외치다 쫓겨나 아직도 복직하지 못한 동아투위, 조선투위 어르신들이 계셔서 우리가 이런 동력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을 보면 일을 안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사람이 모이는 행사들은 많이 취소됐으나 조선일보 동아일보 앞에서의 1인시위는 4월1일까지 계속할 것이고, 동아투위 기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난 3월 17일에도 의미 있는 기념식을 하려고 준비중이다”

시민행동은 지난 5일 조선일보 100주년을 맞아 조선일보 인근 원표공원에서 최악보도 10선 전시회를 열었다. 일장기를 제호 위에 올리고 일왕 부부사진을 1면에 실은 조선일보 지면을 두루말이 휴지 100개에 새겨넣은 설치미술 작품도 전시했다.

- 이번 행사는 어떤 취지인가?

“청와대 게시판에 조선일보를 폐간시켜달라는 청원까지 있으나 그런 힘은 국민이 가지고 있다. 왜곡보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민이 늘어나고 언론을 보는 안목이 높아져야 한다. 과연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자랑하는 만큼 떳떳한 언론이었는지 평가하고 그 실상을 국민에 알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100주년을 곱게 보내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조선동아 거짓과배신의 100년청산 시민행동’이 5일 오전 서울 조선일보사 옆 원표공원에서 연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오종선 미술가가 &lt;조선일보&gt;의 반민족 역사를 두루마리 휴지로 형상화한 설치미술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선동아 거짓과배신의 100년청산 시민행동’이 5일 오전 서울 조선일보사 옆 원표공원에서 연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오종선 미술가가 <조선일보>의 반민족 역사를 두루마리 휴지로 형상화한 설치미술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조선일보 친일보도 지면을 휴지에 새겨넣은 건 어떤 의미인가?

“조선일보가 신문이면 휴지는 팔만대장경이란 식의 풍자가 있듯이 신문 품격이 휴지조각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상징적 의미다. 오가는 시민들이 작품 앞에서 셀카를 찍는 등 반응도 좋더라.”

- <최악보도 100선>가운데 10선을 따로 뽑아서 전시하고 있다. 어떤 것들인가?

“조선투위 선배들이 일제 시대 3건, 박정희 정권 시절 2건, 전두환 정권 5건을 뽑아주셨다. 일제 시대, 특히 1930년대 후반 이후 매년 1월1일에 일왕 부부사진을 크게 싣는 등 충성을 맹세하는 보도를 조선 동아 모두 폐간 때까지 계속했다. ”

-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사례는?

“박정희 정권 때는 조선일보의 유신체제 찬양 사설이 두드러진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알맞은 조처로서 이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상사태는 민주주의 향상과 발전을 위해 하나의 탈각이요 시련이요 진보의 표현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썼다. 전두환 정권 때는 1986년 부천서 성고문 보도가 대표적이다. 당시 ‘성을 도구화’했다며 가해자 대신 피해자를 매도했다. 용공조작이 판치던 시절이었다.”

-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지난해부터 여러 연재물들을 싣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어떻게 자신들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마저 거짓으로 하나,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신들의 과거 신문을 제대로 읽었다면 과연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물론 괜찮았던 시절이 있었으니 완전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랑하려면 과거의 잘못된 보도도 제대로 반성했어야 한다.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이 단편적인 일부 사실만 가져다 과장하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가 3월4일치에 김일성 사망 등 과거 오보를 반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진정성 없이 ‘미안해’ 한마디 툭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게 아니라 하루 130건이나 기사가 나가는데 그 중에 오보가 없었겠느냐는 식이니 ‘영혼 없는 사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일제 시대 이래 왜곡·은폐 보도에 대한 사과는 없는데.

“그렇다. 일제와 독재 아래서 처음엔 생존을 위해 그랬다고 조금은 변명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중엔 점점 언론권력에 맛을 들이면서 기득권 유지를 위해 권력자의 나팔수가 됐다. 독재자 찬양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런 눈에 보이는 찬양보도보다 더 나쁜 것이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며 온갖 고통을 당한 분들과, 노동자 농민,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은폐했던 무보도와 그들을 억울하게 매도했던 왜곡보도다. 이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백배 사과해야 한다.”

- 조선일보가 100주년을 맞은 지난 3월5일치에 대대적인 지면을 할애했다. 읽어본 소감은?

“너무 기가 막혔다. 오보 몇가지를 사과했을 뿐 본질적인 잘못, 즉 친일 보도와 독재에 부역한 데 대한 사과는 없더라. 오히려 일제 시대엔 민족지로서 역할했고 이후에도 권력과 싸우며 최선을 다했다는 식이다.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더라. 그리고 100년이라고 100면 지면을 냈는데, 그 내용이 충실했던 게 아니라 사실상 광고로 채워졌다. 그 많은 기업 광고가 순수하게 자발적인 광고였을까,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얼마나 지라시로 기능하는가를 100주년날 100면 보도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 조선일보의 과거사를 돌아보면 박정희 정권 때도 그랬지만 특히 전두환 정권과 유착해 급성장하지 않았나?

“그렇다. 일반 대중에게는 조선일보가 어떻게 사세를 확장했고 독재자에 아부해왔는지 역사가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박정희 정권 때는 특혜차관으로 사옥을 짓는 등 독재자가 주는 당근으로 성장해왔고 전두환 정권 때도 정권과 유착해 사세를 키웠다. 그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보도를 할 수 있었겠나.”

■ 문재인 정부와 언론보도

- 조선・동아일보 뿐 아니라 언론 전반을 짚어보자.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 보도 행태를 평가한다면?

“진보 언론이나 보수 언론 모두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설명하고 정보를 주는 보도는 별로 없었다. 주52시간제 같은 노동정책이나 최저임금 인상만해도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다 나쁜 것도 아닐텐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하게 장단점을 짚어주는 보도는 없었다. ”

-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었는데 관련 보도는 어떻게 보았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부작용이 있다면 뭐가 문제인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소득주도성장이라면서 왜 최저임금만 내놓고 다른 것은 없는지 지적하고 대안 제시하는 보도가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보수언론들은 정책의 실패 보다는 너무 흔들었다는 생각이 앞선다. 거의 소설 쓰듯이 프레임을 먼저 만들어놓고 맞는 사례를 찾아다니는 보도가 많았다. 진보언론도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과도하게 오른 건 아닌지 등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 정부에 따져묻는 보도가 더 많았어야 한다. 진보적인 학자들도 만나 보면 반은 찬성하고 반은 미흡하다고 하는데 이런 목소리가 진보언론에는 잘 안 보였다. 정부가 촛불정신을 잘 구현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물었어야 했다.”

- 이른바 ‘조국 사건’을 둘러싼 갈등은 격렬했다. 언론의 보도태도는 어떻게 평가하나?

“과열과 편향이 심했다. 합리적인 검증 보도는 아니었다. 검찰 수사를 따라가는 식의 보도가 아니라 사실 여부를 끈질기게 검증했어야 한다. 국민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었다면 마녀사냥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 이 사건이 던지는 과제를 충분히 보도했어야 한다. 이 점에선 한겨레 경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증된 사안에서 조 전 장관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면 개인의 문제인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관행적 구조적 문제인지를 구분했어야 하는데 너무 한 가족을 표적으로 보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극단적으로 의견이 갈린 상황도 언론이 자초했다. 개인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계층간 격차가 크고, 사다리가 무너져버린 상황을 고민하는 보도가 더 많았어야 한다고 본다.”

- 검찰 수사 보도의 관행에서 비롯된 문제도 있지 않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서도 그랬듯이 검찰은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언론플레이를 해왔다. 이번에 그게 적나라하게 들통났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옳은 수사를 했다쳐도 검찰이 내놓거나 흘리는 행태는 부적절했다. 국민들에게 다 드러났다. 검찰개혁, 검찰과 언론의 부적절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적 목소리는 분명히 있다. 이를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사안이었다.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 자녀 비리 논란과 비교해 보면 조국 사건이 애초 그렇게 난리칠만한 사안이었을까 싶다. 언론은 그걸 지적하는 대신 검찰이 주는대로 받아썼다. 엄청난 중죄인이 나온 것처럼 보도했다. 왜 이런 수사를 하는지를 캐묻는 보도는 부족했다. 조국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둘러싼 논쟁으로 흐른 건 우리 사회에도 큰 마이너스였다.”

- 최근의 코로나19 보도는 어떻게 보나?

“세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비과학적인 보도다. 합리적인 수준의 의사, 감염학회 등 전문가 집단, 질본 등의 의견을 물어 과학적 정보를 국민들에 잘 전달해야 한다. 의학적 판단과 외교적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중국인 입국금지 안해서 퍼졌다는 주장을 야당과 조중동이 게속하는데 매우 비과학적이다. 구체적인 근거를 들지도 못한채 우기는 보도를 하고 있는 게 큰 문제다. 둘째는 그런 보도를 통해 혐오가 발생한다는 게 문제다. 중국인, 대구, 신천지 등등 특정 집단을 찍어 혐오를 부추기는 건 위험한 보도행태다. 표적을 찍어 불안을 해소하려는 경향을 언론은 경계해야 한다. 셋째는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정부 공격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의 허점도 있을 것이고 고통받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소외돼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다 돌아가신 분들, 사각지대를 찾아서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공격으로만 이어져서는 안된다. 문제가 있으면 찾아서 지적하고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트집잡는 식의 관념적인 보도가 너무 많다. <경향신문>이 집단시설이 병에 취약하다는 걸 3면개 특집을 했는데 같은날 조선일보는 입국금지 하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로 도배했다. 과연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보도인가. 고통받는 국민을 찾아서 짚고 해결을 촉구하는 게 언론 역할이어야 하지 않겠느냐.”

인터뷰 중인 김언경 사무처장
인터뷰 중인 김언경 사무처장

■ 민언련 활동과 종편

- 민언련 얘기를 해보자. 언론 감시가 중요한 역할인데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언론 모니터링이 대표상품이다. 6개 신문과 7개 방송사, 종편 토크쇼까지 다 본다. 작년부터는 유튜브도 포함했는데 전부 다 할 수는 없으니 ‘혐오표현’ 등 꼭 살펴봐야 할 주제만을 정해서 틈틈이 모니터해보고 있다.”

- 21대 총선을 맞아 총선미디어감시연대 활동을 민언련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데.

”화요일엔 ‘이주의 좋은 방송과 나쁜 방송보도’를 발표하고, 수요일엔 신문, 목요일엔 종편 시사토크쇼, 금요일엔 유튜브 모니터 결과를 발표한다. 매일 이메일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매주 신문·방송의 정책보도나 혐오조장 보도 여부 등을 양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도 따로 내고 있다. 최근 일간 ‘기고쓰’라는 고정물을 만들어 카톡방을 통해 매일 민언련 회원들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뿌리고 있다. ‘기자님, 고양이가 쓰셨어요?’의 약자로 ‘무슨 기사를 이 따위로 썼냐’는 뜻이다. 신문·방송·종편의 가장 황당한 보도를 하나씩 뽑아서 짧게 코멘트하는 글인데 반응이 좋다.”

- 모니터링에 대한 반응이나 성과는 어떤가?

“조중동만이 아니라 나쁜 언론이 너무 많아져서 우리는 우리대로 지치는데, 막상 언론사들은 우리의 비평에 대해 정파적이라고 우기면서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점보다 더 답답한 건 종편 시사토크쇼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종편 모니터링 결과를 방통심의위에 내는데 중징계가 많이 안 나온다. 특히 티비조선과 채널에의 경우 더욱 그렇게 보인다. 이전 방통심의위는 의견이 맞서면 표결을 통해서 중징계를 쉽게 내렸고, 그 과정에서 청부심의, 정치심의 논란이 생겼다. 현재 4기 방통심의위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겠다면서 표결이 아니라 소통과 합의를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하게 합의냐 표결이냐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정말 다시 반복돼서는 안될 심각한 문제 방송에 대해서는 법정제재를 내려야 한다. 그게 방통심의위가 존재하는 이유다. 합의냐 표결이냐가 아니고 방통심의위가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최근 <한국방송>의 조국 전 장관 관련 김경록 피비(PB)보도에 대해서 관계자 징계라는 엄청 강한 중징계가 나왔다. 그 보도가 잘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종편에서는 이런 수준의 보도는 그야말로 일상다반사였지만 중징계가 나온 적이 없다. 방통심의위가 보다 정교한 심의규정 적용과 일관되고 형평성에 맞는 심의를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메시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종편은 계속 이렇게 방송해도 된다고 여길 것이다.”

- 티비조선은 박근혜 정부 때도 가까스로 재승인을 받지 않았나?

“2017년 3월에 조건부로 재승인을 받았다. 그 뒤로는 시사토크쇼 수도 줄이고 방송도 좀 조심하는 듯 싶더니, 방통심의위가 여전히 종편에 솜방망이 심의를 내리는 것을 확인한 뒤엔 다시 과거 막무가내 방송행태로 돌아갔다. 다른 종편들도 요즘은 재승인에 대한 불안이 없어졌는지 눈치 안본다. 최근엔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선수, 즉 정치인이나 정당의 홍보매체로 뛴다고 할 정도로 방송 내용이 많아지고 있다.”

- 손석희 앵커가 하차한 뒤 <제이티비시>는 어떤가?

“좀 평범해졌다고 할까, 손 앵커 특유의 맥락저널리즘이나 집요함이 없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다.”

- 이명박 정부에서 종편에 내준 특혜들이 많은데 원상복귀 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특히 종편들이 광고회사를 산하에 두고 직접 영업하는 1사1랩 방식은 경영과 편성 보도의 장벽을 무너뜨린 것 아닌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말이 랩이지 자회사다. 같은 회사 광고국이나 마찬가지다. 2018년엔가 <엠비엔> 미디어랩 일지가 유출된 적이 있다. 광고사가 광고 팔러 다니며 프로그램 편성까지 좌지우지 하더라. 다른 종편사도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1사1랩 방식은 당연히 없애야 한다. 지금의 코바코와 같은 민영랩, 아니면 백보 양보해서 종편4사가 하나의 랩을 운영하는 방식으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

■ 유튜브 문제

- 1인미디어로서 유튜브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지 않다.

“모니터 해보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에 한 유튜브를 봤는데 끊임없이 욕설하는데 엄청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조회수도 엄청나더라. 이렇게 욕설이나 혐오표현이 여과없이 나오는데도 시청자가 많은 건 심각한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하고 미디어 교육도 필요하다. 최소한의 에티켓이나 선을 지키는 문화는 만들어가야 한다. 유튜브 속에서 벌어지는 검증되지 않은 허위조작 정보와 더 심각한 혐오 표현의 문제는 대응이 필요하다.”

- 지난해 <한겨레> 좌담에서 사이비 언론의 소탕이 필요하다고 했던데. 어떤 대안을 갖고 있나?

“표현의 자유를 꽃피우는 유튜브 시장이 되려면 우선 모법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기준을 잡아서 5·18이나 일본군성노예 문제처럼 명백하게 입증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피해자를 모욕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선행돼야 한다. 정보통신망법에 보면 불법행위 사례가 있는데 거기에 포함시키면 된다. 무조건 정부에 빨리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건 위험하다. 다른 하나는 차별금지법이다. 소수자 혐오를 막으려면 차별금지법이 있어야 한다. 그 정도만 되면 현격한 위반은 차단할 수 있다.”

- 외국에서도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지 않나?

“프랑스는 선거 시기엔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48시간 이내 판단해서 허위정보인데도 그냥 두면 벌금을 물린다. 독일 역시 나치 찬양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식으로 엄격한 제한이 있다. 우리는 5·18이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폄훼해도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삭제하지 않는다. 유튜브코리아가 주요하게 보는 것은 저작권 등 명백한 위법행위 뿐이다. 우리가 신문과 방송을 모니터하고 포털을 감시했지만 이제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시민이 많이 접하는 매체에 대한 감시와 개선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이 이뤄져야 한다. 허위조작 정보와 혐오표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법과 시민운동 두 가지가 병행돼야 한다.”

‘조선동아거짓과배신의 100년청산시민행동’이 5일 오전 서울 조선일보사 옆 원표공원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이 친일, 독재 찬양, 반민주 반노동 보도에 대한 조선일보의 반성을 촉구하는 참가자들의 발언을 녹화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선동아거짓과배신의 100년청산시민행동’이 5일 오전 서울 조선일보사 옆 원표공원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이 친일, 독재 찬양, 반민주 반노동 보도에 대한 조선일보의 반성을 촉구하는 참가자들의 발언을 녹화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지상파 개혁 

- 지상파 방송의 사장 선출 등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진전이 없다.

“어떤 정권이 집권을 하더라도 경영진에 영향력 발휘하려는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다. 개인적으로 민주당도 지상파 지배구조에서도 마음을 비웠으면 한다. 사장 선출만은 국민에게 내줘야 한다.”

- 어떤 방식을 말하나?

“많은 사람들이 공영방송사 이사 선임방식에 대해서 오해하는 것이 있다. 각 정당이 몇 명씩 몫을 나눠가져 추천하면 방통위가 사실상 거의 그대로 추천을 하고 대통령은 이를 무조건 임명하는 법 규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법은 없다. 현행 방식은 법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그냥 관행이다. 민언련은 여야 정당이 나눠먹기 식으로 추천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방통위가 스스로 판단해서 추천하되 최대한 방송전문성과 독립성 지킬 수 있도록 중간지대를 두어야 한다고 봤다. 이 중간지대는 해당 언론사 종사자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봤다.

그리고 이런 이사회 구성과는 별도로 공영방송 사장은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가 선출하고 이사진 구성에서 정치권 입김을 배제해야 한다. 애초 이 주장은 돌아가신 이용마 기자가 내놓은 것이기에, 우리는 일명 ‘이용마법’이라고 부르고 입법을 추진했다. 이 법이 이른바 ‘이재정 안’으로 상정되었으나 국회에서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미디어개혁위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4월에 워크숍을 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유동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급하게 출범하는 바람에 미디어와 관련해서는 큰 틀의 변화는 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미디어 관련 정책부서부터 과기부·정통부·문화부로 산재되어 있었지만, 부처를 통폐합하거나 기능을 조정하지 않고 사람만 바꿨다. 우리는 미디어 관련 종사자, 학자, 시청자, 전문가 등이 함께 모여서 미디어 정책 정부부처와 역할, 법안 등 모든 내용을 숙고하는 미디어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산하 직속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려면 정보가 제대로 소통돼야 하고 미디어와 관련된 정부기구, 필요한 법안 등을 모두 용광로에 넣고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아무리 늦어도 정권 끝나기 전에는 숙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

■ 문재인 정부와 언론개혁, <한겨레>

- 현 정부가 언론개혁은 사실상 손놓고 있는 것 아닌가?

“사실 현 정부가 언론개혁에 대해 적극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냥 현상유지 하겠다는 수준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나만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는 정도의 소극적인 태도랄까. 보수언론이 언론자유박탈, 언론장악이라며 반격을 가해올 것을 지레 짐작하고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언론과 척지지 않고 현상만 유지하다가, 최근에는 유튜브 등 허위조작정보 관련 대응만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허위조작정보가 나쁘다고 말하고 국가가 그 영을 세우려면 실질적으로 보다 영향력있고 사회적 책무가 큰 기존 언론의 왜곡 편파보도부터 제대로 세워야하지 않을까? 기성매체들이 하는 허위조작정보는 놓아두고 유튜브에 대해서만 시시비비를 가리려 한다면, 제대로 된 대책은 아니다.”

- 노무현 정부에 비해서도 언론개혁의지가 약한 것 아닌가?

“아무래도 노무현 정부 당시 보수언론의 반격을 학습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소홀하다는 생각이다”

- 과거 언협의 핵심 인사들이 <한겨레> 창간에도 적극 관여했다. <한겨레>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한겨레가 어떤 정신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매체인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고 그 가치가 잘 이어지고 있는지 구성원들이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가치와 철학이 더 깊어지면서도, 감각있고 젊은 언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한겨레가 미디어 비평에 대한 투자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이건 독자 입장에서 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디어비평을 하다보면 한겨레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남을 감시·견제하다 보면 자신은 잘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 돌아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rikim@hani.co.kr

‘조선동아거짓과배신의 100년청산시민행동’이 5일 오전 서울 조선일보사 옆 원표공원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언경 사무처장이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조선동아거짓과배신의 100년청산시민행동’이 5일 오전 서울 조선일보사 옆 원표공원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언경 사무처장이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유튜브도 꼼꼼 모니터…20여년 언론감시 최전선
- 민주언론시민연합과 김언경 ‘언론인의 언론인’

보도지침을 폭로한 <말>지를 발행했던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을 거쳐 오늘날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됐다. 5천여명 회원들의 후원에 힘입어 상근자 11명에 상근인턴 5-6명이 6개 신문,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종편의 시사토크쇼를 상시적으로 모니터한다. 포털뉴스와 유튜브는 주제별로 모니터한다. 그 결과물은 매일 ‘미디어 탈곡기’와 ‘믿’ 등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된다. 1992년 이래 선거때마다 시민·언론단체들이 해온 총선미디어감시연대 활동도 주도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요일별로 나눠 방송, 신문, 종편에 대한 모니터 결과를 공개한다. ‘조선동아청산시민행동’ 활동으로 두 신문의 100년간 왜곡 보도를 정리한 아카이브를 홈페이지에 만들었고, 조선일보사 근처에서 최악보도 10선 전시회도 열었다. 시민들을 위한 미디어리터리시 교육을 맡아온 ‘언론학교’는 1991년부터 시작해 25년간 89기까지 이어져 온 대표적인 언론 강좌로, 많은 언론인들이 수강했다.

김 처장은 대학 졸업 뒤 직장생활을 하던 92년 1월, 한겨레신문에 실린 2기 언론학교 광고를 보고 강좌를 수강했고 바로 이어진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 신문모니터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민언련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에도 민언련에서 방송모니터분과, 주부모니터분과 회원으로 활동하다 2004년 모니터부장으로 상근활동가 일을 시작해 2008년 협동사무처장으로 일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미디어탈곡기’와 ‘프레임체크’등 내부 모니터방송은 물론 의 ‘저널리즘토크쇼J’와 <교통방송><기독교방송> 등 여러 방송에서 왕성한 언론비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언론감시와 비평의 최일선에 선 ‘언론인의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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