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수 ㅣ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코로나19의 충격이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모든 경제활동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줄여버렸다. 이는 올 한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충격이자 불안 요소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당국의 적극적 역할, 즉 추경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여기에 ‘재난기본소득’을 추가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침체한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규모 투자로서 재난기본소득을 100만원씩 지급하자”라는 제안이 그것이다.
재난기본소득은 필요한가? 결론부터 말하자. 김 지사가 언급한 재난기본소득은 비용 대비 효과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는 재난기본소득이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무조건적 현금수당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안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재난기본소득’의 문제점을 수정한 ‘재난지원금’(혹은 재난수당)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경제 충격에 크게 노출된 지역 주민 혹은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 현금 혹은 이와 유사한 상품권의 지급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내수를 위한 재난기본소득과 가장 가까운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경기부양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미국 정부는 7천만가구에 평균 950달러를 세금환급금 형식으로 돌려주었는데 규모가 1000억달러(2008년 GDP의 0.67%) 수준이었다. 이에 대한 한 연구는 수급가구 대부분이 환급금의 50~75%를 반년 안에 지출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경기부양 측면에서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세금환급금은 가계의 소득 수준에 따라 크기가 달랐다는 점에서 일률적 금액의 재난기본소득과 차이가 있다. 보편적 현금수당은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국내의 연구들은 정상적인 상황하에서 정부의 가계이전지출의 승수를 다른 재정지출에 비해 낮은 0.2~0.3(1년 누적)으로 본다. 즉, 정부가 1조원의 자금을 모든 가계에 나누어줄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2천~3천억원 정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고소득 계층은 자금을 나누어줘도 저소득층과 달리 그 전부를 지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전 지출의 재정효과는 선별적일수록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보편적 성격의 재난기본소득은 선별적 지원에 비해 예산상 문제로 그 지원 금액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느끼고 있듯 지금 긴급히 필요한 것은 같은 규모의 정부 예산으로 필자와 같은 경북대 교수에게까지 5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 복현동의 자영업자에게 100만원을 몰아주는 정책이다.
그렇다면 재난기본소득은 불필요한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소득지원정책의 핵심은 선별에 있다. 재정지원이 꼭 필요한 계층을 행정적으로 잘 선별해낼 수 있다면 현금 지원도 무방하다. 이번 추경안에는 취약계층에 상품권을 지원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리고 사업자등록을 한 자영업자에게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유사한 방식으로 이들한테 현금을 지급하는 것도 행정적으로 가능해 보인다. 올해 추경이 3월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예산이 채 집행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추경은 적절한 사업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 만약 의회가 지원의 의지를 추경 규모를 늘려 보이려 할 경우 돈이 엉뚱한 곳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차라리 재난수당처럼 특정 계층에 대한 조건 없는 현금 지원이 낫다. 이런 면에서 추경안에 재난기본소득의 합리적 핵심을 담아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지금은 정부와 의회가 국민을 위해 지혜를 모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