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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방역의 시간, 대통령의 시간 / 최형익

등록 2020-03-26 18:22수정 2020-03-27 02:40

최형익 ㅣ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

최초 환자가 발생할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이렇게 오래가리라고는 누구도 몰랐다. 두달여 만에 우리 일상이 멈춰 섰다. 그나마 다행은 하루 최고 천여명에 이르던 확진자 발생을 단기간에 100명 내외로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공은 방역당국의 기민한 대처, 의료인들의 헌신적 노력, 사회적 거리두기 등 시민들의 자발적 협력에 힘입은 바 크다. 패닉도 없었고 사재기도 없었다. 이는 전세계 외신들의 상찬 대상이 됐고 코로나 극복 사례로 간주되기에 충분했다.

국외 언론의 상찬은 국내 코로나 체감지수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쩌면 당연한 노릇일지 모른다. 자기네가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을 취재해가는 국외 언론과 달리 우리는 여기 현재를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점차 사회적 만성질환, 기저질환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급성질환보다 만성질환이 더 고통스럽다.

코로나19의 만성화는 현재와 같은 감염 전문가, 관료 중심의 방역기술적 대처만을 통한 단기간 극복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언제까지 해야 할 것이며, 여름이 성큼 다가오는데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 한단 말인가? 이런 조건에서 초중고와 대학이 일시에 개학한다면 이는 수천개의 시한폭탄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 역시 피로가 누적되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의료진은 기계가 아니다. 방역의 시간은 점차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지금은 비상한 위기의 시기이며 실제 전쟁보다 더 끔찍한 전시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가공할 적이다. 무증상 감염에서 알 수 있듯이 은폐와 엄폐에 능수능란할 뿐만 아니라 잠복기 게릴라전을 펼치다가 이때다 싶으면 순식간에 목숨까지 앗아가는 전격전을 전개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적과 같이 코로나19의 진격을 막고 100명 내외의 확진자 발생이라는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만들었다. 이때 코로나를 완전히 퇴치하지 않으면 사태는 장기화할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피로가 누적되면서 시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재를 전시에 준하는 사태로 규정한다면 마땅히 헌법상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와의 전쟁은 방역당국에 맡기고 본인은 경제 중대본을 이끄는 투 트랙 전략을 채택한 듯하다. 이는 안이하고 잘못된 상황 인식이다. 최종 책임은 내가 진다는 트루먼 대통령의 경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은 코로나와의 전쟁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투명성과 개방성을 통해 민주적 방역이 코로나 위기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제 최후의 전투를 치를 시간이다. 평균 5%가 넘는 국외 입국자 확진자 비율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단순 격리조치 이상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교회를 포함한 집단시설의 모임을 엄금하고 몇주만이라도 전국 요양시설의 코호트 격리를 의무화함과 동시에 모든 국민에게 재난생계비를 지급하는 등 전시에 준하는 비상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영이 선다. 기자들 앞에서 직접 전황과 작전을 설명하고 독전하면서 헌법상의 총사령관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코로나와의 전쟁을 끝낼 수만 있다면 국민들은 대통령의 민주적 명령에 기꺼이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을 통해 코로나19 방역, 박멸을 동시에 달성한 세계 유일 국가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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