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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정치 브로커’ 김종인의 살길 / 신승근

등록 2020-05-14 19:07수정 2020-05-15 02:40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4월 5일 대전시 유성구 엑스포공원에서 유권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4월 5일 대전시 유성구 엑스포공원에서 유권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아직 버티고 있다. 총선 참패의 혼돈에 빠진 미래통합당이 4월28일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했지만, “나는 자연인”이라며 확답을 안 한다. 석달짜리 임시직은 못 하겠다는 그의 ‘밀당 신공’에 통합당은 조만간 당선자 총회를 열기로 했다. 그를 위해 연말, 내년 4월 등 비대위원장 임기 연장에 관한 여러 옵션을 고심하고 있다. 당선자 총회에선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복당 문제도 함께 논의한다.

김 내정자의 비대위원장 수용과 홍 전 대표의 복당은 복잡하게 얽힌 미묘한 현안이다. 두 사람의 효용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당명조차 헷갈린 김종인 내정자도 총선 패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과 함께 “자강이 필요하다”는 반대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김병준, 전원책 등 그동안 비대위가 워낙 지리멸렬했던 탓에 그가 중구난방인 통합당을 수습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한 평가 역시 엇갈린다. 어차피 복당할 텐데, 당 밖에서 싸움을 걸며 혼돈을 야기하는 것보다 당 안에 묶어두는 게 현명하다는 이도 있다. 세력이 약화한 보수 야권이 단일대오를 갖춰야 하고, 홍준표·김태호·권성동·윤상현 4명의 무소속 당선자 가운데 홍 전 대표만 쏙 빼고 복당시킬 수 없다는 고민도 있다.

두 사람의 통합당 입성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찬성” “홍준표 빠른 복당, 바람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본질적 고민은 두 사람이 화합하고, 당을 살리는 데 힘을 모을 수 있냐는 것이다. 불과 기름 같은 두 사람이 시너지는 고사하고 쌈박질로 날을 지새울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미 “홍준표는 지난 대선에서 시효가 끝났다” “김종인은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때 내가 뇌물 자백을 받았다”며 격하게 대립한 그들의 앞날이 더 볼만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안이 없으니 피해 갈 방법도 마뜩잖다. 통합당의 현실이다. 피할 수 없다면 공존해야 한다. ‘불과 기름의 상생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김 내정자는 당의 가치 재정립을 위해, 홍 전 대표는 대선 도전을 향해 각자 갈 길을 묵묵히 가면 된다. 무엇보다 김 내정자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인물 물갈이에선 손을 떼고, 정책 물갈이로 당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홍 전 대표와의 갈등도 2022년 대선의 밑그림을 서둘러 그리려다 촉발했다. 총선 직후 홍 전 대표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김종인은 황교안이 엉망으로 만든 당을 20일 동안 바로잡아보려고 노력했을 뿐, 공천에 개입한 적이 없다. 아무리 명장이라도 허약한 병졸로는 전쟁에 이길 수 없다”며 김 내정자를 옹호했다. 그런데 김 내정자가 먼저 홍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면 당이 망한다는 식으로 싸움을 걸었다. 대통령도 여당의 차기 주자를 정할 수 없는 게 냉혹한 정치 현실이다. 특정인을 배제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주제넘은 일이다. 대선 후보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차분히 결정할 일이다. 누군가를 낙점하려 하는 순간 저항은 시작된다.

김 내정자는 보수언론도 칭송하는 ‘정책 실력’으로 통합당을 바로 세우는 게 살길이다. 코로나19로 미증유의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총선 참패로 버림받은 보수의 혁신도 절실하다. <조선일보>조차 30·40세대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며 약자들 돕는 보수 우파적 가치를 세우라고 역설한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모두 보수 우파가 만든 제도’라고 상기시킨다. 그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기틀을 놓은 게 김종인이라고 입이 마르게 칭송한 언론도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의 통합당이 코로나19로 의제화된 ‘전국민 고용보험’ ‘전국민 기초연금’ ‘한국형 뉴딜’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듬는 정책을 선도하고 경제민주화와 보편 복지를 확대하는 정당으로 변모한다면 국민은 그들을 다시 볼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통합당과 정책 경쟁을 한다면 보수와 진보, 여와 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보수정당의 가치를 바로 세울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환영할 일이지만 ‘킹메이커’는 허황한 꿈이다. 영혼 없이 이쪽저쪽 옮겨 다니는 ‘정치 브로커’의 이력만 한 줄 추가할 뿐이다.

신승근 ㅣ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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