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기영 ㅣ 국립생태원 생태평가연구실 선임연구원
환경부는 2017년 6월부터 금강과 영산강 보의 수문을 단계적으로 개방하였다. 수위가 내려가고 저수지에 퇴적된 토사가 이동하면서 모래톱 면적이 증가하였다. 특히 현재까지 가장 오랫동안 완전 개방을 실시하고 있는 금강의 세종보에서는 축구장 크기의 41배에 이르는 다양한 모래톱이 만들어졌다. 그러자 세종보 하류의 모래톱 주변에서 보 건설 이후 자취를 감췄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흰수마자가 다시 발견되었다. 흰수마자는 낮에는 모래 속으로 숨어들고 밤에는 모래 밖으로 나와 먹이활동을 하는 물고기로 모래가 쌓이고 흐르는 여울에서 산다. 자연현상은 우연의 일치로 설명되지 않는다. 분명 보 개방으로 만들어진 모래톱과 다시 돌아온 흰수마자 간에는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다.
모래톱은 ‘모래’와 ‘톱’이 결합한 우리말로서, 국립국어원에서는 “강가나 바닷가에 있는 넓고 큰 모래벌판”으로 정의한다. 손톱이 우리 몸의 영양분으로 손끝에서 자라는 것처럼, 모래톱은 강이 가진 모래를 이용하여 물의 가장자리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다.
모래톱의 중요한 생태계 가치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래의 수질 정화 기능으로, 강의 자정작용을 높여준다.
둘째는 앞으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모래톱의 다양한 서식처로서의 기능이다. 하천지형학적으로 강에 모래톱이 생기면 하상고가 높은 상단부에서는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여울, 중간부에서는 느리고 깊은 소, 하단부에서는 물이 맴돌며 정체되는 습지, 사주의 가장자리를 따라서는 느리고 얕은 물이 형성된다. 모래톱이 섬이 되어 하중도가 되면 흐름이 분산되면서 유속과 수심, 수온, 하상재료가 더욱 다양해진다.
실제 국립생태원의 서식처 변화 모니터링 연구에 따르면, 세종보 상류에서 보 개방 전에 대부분이 저수지로 4개에 불과하던 서식처가 개방 뒤에는 여울과 소, 평여울, 완여울, 사주꼬리정수역 등 14개로 늘어났다. 특히 흰수마자가 다시 발견된 보 하류의 모래 여울은 모래톱이 만들어낸 고유한 서식처다.
인간사회와 다름없이 강에 사는 생물사회에서도 다양한 서식처는 중요하다. 모래톱이 만들어낸 다양한 서식 환경은 수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고유종과 멸종위기종이 유지되는 필수조건이 된다.
최근 외국에서는 이러한 모래톱의 생태계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연구기술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발되고 있으며, 실제 하천 자연성 회복 사업에 적용되고 있다. 미 연방 연구기관인 캘리포니아 트리니티강 복원연구소의 중요 목표는 모래톱과 같은 사주 지형을 복원하는 연구기술 개발이다. 물고기의 산란과 부화를 위해서는 용존산소가 풍부한 여울이, 유어기에는 유속이 느리고 얕은 습지가, 몸집이 커져 성어가 되면 깊은 웅덩이와 같이 생애주기별로 요구되는 서식처가 다르다. 오랜 연구를 통하여 모래톱 복원이 한정된 공간에 다양한 서식처를 만들어낼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제안되었고, 관련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트리니티강에서는 댐 건설 이후 멸종위기에 처했던 코호연어의 회귀율이 기적처럼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이와 같이 보 개방 이후 모래톱이 복원되고 있다는 것은 강의 자정작용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서식처 다양성이 높아지는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 특히 보 하류와 같이 상류로부터의 모래 공급량이 부족한 곳에서 모래는 강의 자연성을 회복시키는 소중한 자원이 된다. 앞으로 보 개방을 확대하면서 그동안 저수지에 퇴적되어 있던 모래가 우리 강의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는 자원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