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바이든은 한반도에 괜찮은 카드이다

등록 2020-06-29 15:16수정 2020-06-30 02:41

“전략의 일부로써 김정은과 기꺼이 만나겠다”
“북한이 포함된 새로운 시대의 군축협정 공약”
“이란 핵협정은 효과적인 협상의 청사진”

바이든은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북한 비핵화 협정 측면에서, 트럼프보다도 더 좋은 카드일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3월1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은 부인 질 바이든.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3월1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은 부인 질 바이든.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정의길 ㅣ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한반도 문제는 어떻게 되냐는 것이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보수적인 의견을 보인 인물이다. 그는 2019년 2월28일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주최한 포럼에서 “이 자(김정은)는 폭력배”라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폭군,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비핵화 해결이란)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북미정상회담을 없던 일로 돌릴 수 있다는 시사도 해왔다. 북한도 지난 11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바이든 같은 미친개 (…) 더 늦기 전에 몽둥이로 때려 잡아야 한다”고 막말을 했다.

그의 대통령 당선이 한반도 문제를 다시 원위치, 더 나아가 악화시킬 것이라고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바이든과 북한 사이의 막말은 그와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놓고 벌인 정치적 공방에서 나왔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김정은을 싸잡아 비난했고, 북한은 트럼프 옹호를 위해 바이든 때리기에 나섰다.

바이든이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대북정책은 백지에 가깝다고 평가해야 한다. <뉴욕타임스>가 질문한 대북정책에서 그의 답변을 보자. “트럼프가 시작한 김정은과의 개인적 외교를 지속할 것인가”에는 “아니다”면서도, 김정은과의 만남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대북한 전략에 대해 더 상세히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나는 트럼프처럼 공허한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을 비핵화 쪽으로 전진시키는 실질적인 전략의 일부로써 김정은과 기꺼이 만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핵물질 동결에 대한 보상으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할 것인가?”라는 이 신문의 질문에 무응답했지만, 미국 대외정책의 교과서인 <포린 어페어스>를 발행하는 ‘외교위원회’ 및 <워싱턴포스트>의 같은 질문에서는 구체적 방안도 내놓았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어도 핵무기의 부분적 제거에 대한 보상으로 부분적 해제를 수반하는 북한과의 협정에 서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이란 핵협정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으로서 북한이 포함된 새로운 시대의 군축협정 공약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며 “오바마-바이든 행정부가 협상했던 역사적인 이란 핵협정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았고, 효과적인 협상의 청사진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파기한 이란 핵협정을 복원하고, 그에 기준해 북한과의 협정을 맺을 수 있다는 용의이다.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향한 북한과의 단계적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불발시킨 ‘영변 핵시설 폐기에 상응하는 제재 해제’ 방안도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실무진의 협상과 동맹국들과의 공조가 마련되면, 이런 단계적 비핵화를 향한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프로세스이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성사시킨 북미정상회담을 바탕으로 더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북한 비핵화 협상과 협정을 맺을 준비가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트럼프가 약화했던 기존 동맹의 복원과 강화이다. 그 다음으로는 대중국 관계의 안정화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란과 북한 등 적성국과의 관계와 핵문제를 처리하려고 할 것이다.

어쩌면, 바이든이 북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 가능성과 조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의 외교안보 주류들은 트럼프 반대에 올인했던 반작용으로 바이든의 이런 대북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부분의 워싱턴 외교안보 주류들은 바이든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바이든이 기용할 외교안보 참모에는 적어도 존 볼턴 같은 훼방꾼도 없을 것이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외교는 전략, 과정, 실행할 능력 있는 지도력이 요구된다”며 트럼프가 압박하는 방위비 증액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북협상의 관건은 그가 당선되고 취임할 시점에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이다. 미국 대선과 새로운 대통령 취임이 있는 향후 4~6개월 동안 대북한 관계가 잘 관리되고, 남북관계도 호전되면, 이는 바이든의 대북협상 시동의 발판이 된다. 결국 열쇠는 지금 한국이 쥐고 있다. 대북 삐라 문제를 오히려 모멘텀으로 삼아서 조그마한 남북교류라도 시동을 거는 것이 중요하다.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귀족부인 앞에 무릎 꿇은 사법 1.

귀족부인 앞에 무릎 꿇은 사법

[사설] ‘저가 논란’ 체코 원전 수주전, ‘원전 르네상스’ 맹신 말아야 2.

[사설] ‘저가 논란’ 체코 원전 수주전, ‘원전 르네상스’ 맹신 말아야

[사설] ‘대통령 독대 요청’ 한동훈 대표, 실질적 성과 끌어내야 3.

[사설] ‘대통령 독대 요청’ 한동훈 대표, 실질적 성과 끌어내야

[유레카] 홍명보 감독과 스포츠 정치 4.

[유레카] 홍명보 감독과 스포츠 정치

국제평화도시와 장갑차 [서울 말고] 5.

국제평화도시와 장갑차 [서울 말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