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철 ㅣ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21대 국회가 출범한 지도 한달여가 지났다. 이번 21대 국회가 진정으로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음의 몇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국회의원의 세비를 외부 위원회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세비를 셀프 결정 해왔으며 이에 대한 국민들 비판이 적지 않았다. 국회 외부의 독립적인 인사들로 가칭 ‘세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기관이 매년 국회의원의 세비를 결정할 것을 제안한다. 이 위원회에서 개별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여 세비의 전액 또는 일부에 대해서 성과급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현재 개인별 합산 제도로 되어 있는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방식을 종전의 세대별 합산 제도로 환원하는 것이다. 세대별 합산 제도가 개인별 합산 제도로 바뀌게 된 것은 2008년 헌법재판소의 세대별 합산 제도의 위헌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위헌결정 이유로 “소유 부동산을 세대별로 합산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혼인 상태에 있는 국민을 독신 상태에 있는 국민에 비해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서 이는 부당하다”는 논리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 허접한 논리다. 소득세의 경우 배우자 및 자녀의 유무에 따라 세액이 달라지며, 증여세의 경우에도 증여를 받는 자가 배우자이거나 자녀인 경우 공제를 인정하지 않는가? 헌재의 논리를 따른다면 이들 제도에서 인정하는 배우자 또는 자녀의 지위 내지는 존재에 따른 혜택도 위헌일 것이다. 종부세에서의 개인별 합산 제도는 혼인 상태에 있는 자들의 다주택 소유에 따른 세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현재 우리나라의 중대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유사한 내용의 법을 다시 제정하는 것이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행정수도 건설은 좌초되었으며 당시 정부는 행정수도 대신 소위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여 경제 관련 부처만을 이전하는 정책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행정부처가 서울과 세종으로 나뉘어 공무원들만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수도권 집중은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지난 6월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수도 이전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인사들은 세종시 건설이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만약 세종시가 건설되지 않았다면 수도권 과밀은 현재보다 더 심해졌을 것이며, 반대로 원래의 계획대로 행정수도가 제대로 건설되었다면 수도권 집중 해소와 균형발전은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조선시대 이래 서울이 수도였으므로 서울은 관습헌법상 수도로서의 지위를 가진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그야말로 엉터리 중의 엉터리 논리였다. 엄연히 성문헌법을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사항에 헌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권능을 가지는 것은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부정하는 것으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헌법의 제정이나 개정은 국회에서의 의결과 국민투표라는 엄격한 합의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지 않은가?
일부에서는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인해 수도를 옮기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하여 수도 이전이나 수도의 위치에 관한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옳지 않다. 수도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는 헌법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수도 이전을 하기 위해서 개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도 이전을 반대하기 위해서 수도 이전을 금지하는 규정을 추가하는 개헌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행 헌법하에서의 수도 이전은 결코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반쪽 수도로 인한 비효율성을 시정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회가 2004년 위헌결정을 받은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유사한 내용의 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청와대를 포함한 전체 행정부의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부의 완전한 이전과 함께 국회의 이전 또한 바람직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