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훈ㅣ 종교학자
최근에 필자는 한 매체로부터 온라인 시대 한국 종교의 변화를 진단하는 글을 청탁받았다. 종교연구 분야에서 이 주제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김대중 정부의 초고속 통신망 구축 계획이 마무리되어 가던 2000년대 초, 종교학계에서는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이 21세기의 종교를 어떻게 바꾸어놓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학자들은 신자들이 언제, 어디에 있든 “가상 교회”에 “아바타”를 보내 의례에 참여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기도 하고, 온라인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사이버 무당”의 출현을 예측하기도 했다. 나아가 사이버 공간의 발견으로 인간의 종교 경험과 세계 인식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급진적인 전망까지 있었다.
2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예측들은 다소 성급하고 거창하게 보인다. 당시의 인터넷 기술로 구현 가능했던 “가상 교회”란 기껏해야 포털사이트에 교회 소모임 카페를 개설하거나, 교회 누리집에 설교 영상을 업로드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몇몇 젊은 무당들이 누리집을 개설해 유료 자동응답전화(ARS) 상담 번호를 홍보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것도 그다지 ‘사이버’하지는 않다. 이후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로 대표되는 개인화된 모바일 기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플랫폼들이 폭발적으로 발전했지만, 에스에프(SF)나 사이버펑크 장르에서 다룰 법한 인간의 세계 인식 변화 같은 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듯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필자는 온라인 기술이 종교에 뭔가 대단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궁금한 게 생기면 책을 찾거나 포털사이트를 검색하기에 앞서 이들 사이트에 올라오는 관련 영상을 찾아본다. 온라인 동영상은 중장년 세대가 각종 지식을 얻거나 정치적 견해를 형성하는 중요한 경로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여전히 종교적 주제들에 관심이 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업로더들의 영향력이다. 유명 유튜버들은 각각의 주제를 향유하는 특정 계층에게는 연예인이나 정치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것은 이들 플랫폼이 제공하는 개인화 알고리즘과 관련이 깊다. 유튜브가 추천하는 콘텐츠는 이용자가 관심을 가지는, 이용자와 비슷한 견해를 확인하게 해주는 영상들이다. 내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마치 ‘교주’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튜버가 진짜 ‘교주’가 되는 사례도 나타난다. 최근 몇몇 언론에서는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종교 ‘천상지천’ 때문에 가출한 자녀들을 돌려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족들을 소개했다. 종교 문제로 가족과 갈등이 생겨 가출을 하는 사례는 대단히 흔하지만, 이 단체의 경우는 제도적인 교단이나 종교 건물을 설치하지 않고 온라인 동영상 채널과 카페만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해당 채널은 정치, 종교, 예언, 종말론, 음모론, 기성교회에 대한 비판, 메시아니즘 등을 다루는 강연이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개신교 쪽의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는 이 단체에 대한 ‘경계령’을 발표했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종교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종교를 창설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비용이 든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기성 제도종교들마저도 신자 수 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는 진입장벽이 대단히 높은 산업이다. 그러나 유튜브 기반 종교는 법인을 만들거나, 건물을 짓고 유지하거나, 관료조직을 운영하거나, 거리에서 교리를 홍보할 필요 없이 충성도 높은 신자를 획득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영성과 지혜, 깊이 있는 종교적 지식에 대한 요구를 기존의 제도종교들이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이, 새로운 세대는 인터넷에서 이를 ‘검색’하고 있다. 기성 종교들의 분발이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