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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교육, 가짜뉴스 퇴치 만병통치약 아니다

등록 2020-09-08 16:42수정 2020-09-09 02:07

[한선의 미디어전망대]

미디어 교육은 가짜뉴스 판별 능력을 높여줄까?

학자들의 딜레마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실시하는 미디어 교육은 당연히 가짜뉴스 판단 능력을 높여준다. 그러나 하나의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하는 동안 열 개 이상의 가짜뉴스가 생성되는 지금과 같은 미디어 환경 아래서는 미디어 교육을 통해 가짜뉴스를 걸러낸다는 목표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디어 교육이 가짜뉴스 퇴치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 교육 무용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종다기한 미디어로 포화한 디지털정보사회에서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 교육은 가짜뉴스 퇴치 이상의 과감하면서도 뚜렷한 목표 설정과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토대로 그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8월 말 정부가 발표한 미디어 교육 관련 종합계획은 아쉬운 점이 많다. 한국판 뉴딜정책의 디지털 역량 강화 방안과 관련해 설계된 ‘디지털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치고는 큰 틀의 정책 비전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정보판별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이른바 팩트체크에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이다. 가짜뉴스와 왜곡정보가 장애 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혐오적 발언이 거침없이 유통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면 정보판별 역량 강화를 미디어 교육의 한 부분으로 설정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디어 교육은 한두 가지 정책으로 사회 병리적 현상을 해결하는 단방약이 아니다. 미디어 교육의 전체 목표가 가짜뉴스 퇴치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섬세하고 촘촘한 실행방안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효과를 보기도 어렵다. 정부가 제안한 자유학기제를 활용하여 팩트체크 능력을 향상하겠다는 구상만 하더라도 현실을 간과한 안이한 대처로 보인다. 자유학기제는 통상 중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미디어 교육이 절실한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중학교를 제외한 다른 학교 교육에 관한 비전은 빠져 있는 셈이다. 학교 교육은 물론 생애주기, 지역, 세대에 따른 사회교육 관련 내용도 부족해 보인다.

또한 미디어 교육의 참여 주체로 언론사가 제외돼 있다는 점도 아쉽다. 미디어 교육의 세계적 권위자인 영국의 데이비드 버킹엄은 미디어 교육을 개인의 역량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디어 교육이 겉보기에는 개인의 역량을 키워 힘을 부여하는 민주적 대안처럼 보이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국가와 미디어 기업이 감당해야 할 공적 역할을 개인에게 전가한 책임 지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이 냉소적 과장으로 여겨지지 않는 까닭은, 가짜뉴스 확산과 언론의 신뢰도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는 당연히 미디어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 주체여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처럼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해야 한다는 소극적 의미가 아니다. 미디어 교육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및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판매 부수 1위를 자랑하는 언론사가 믿기 어려운 오보를 내고, 충분한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는 보도 행태가 버젓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가짜뉴스 판별력을 키우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선 ㅣ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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