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 ㅣ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개인적으로 올해 ‘청년학’이라는 말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함께 서울청년학회라는 행사를 기획하여 젊은 연구자 열일곱 팀의 발표를 듣는다. 연말까지는 청년학 교과서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연령이 청년에 해당하는 연구자의 비중을 80%로 잡아 필진을 구성하였다. 사실 청년학이라는 단어는 낯설다. 기존에 거의 쓰인 적 없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청년학이라는 새로운 체계를 꼭 개발할 필요가 있는지 스스로 의문이 많기 때문이다.
청년 담론도, 청년을 다루는 연구도 너무 모자라서라기보다는 너무 많아서 문제인지도 모른다. 2000년대 중후반 ‘청년 문제’라는 범주가 사회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자원과 관심이 행정적·사회적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청년이 주제 내지는 소재로 등장하는 연구는 매년 학위 논문이나 학술지 논문, 정책보고서가 각각 수백편 발행되고 있으며, 수없이 많은 학회, 포럼, 언론사 등에서도 청년을 주요 의제로 놓고 행사를 개최한다. 청년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청년 연구에 대한 사항이 법제화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주체가 여기에 가세할 것이다. 이미 기성의 체계에서 잘 조직되어 있는 분과학문들, 국책연구원을 비롯한 많은 기관이 청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굳이 청년학이라는 다른 체계를 보탤 필요가 있을까?
나는 청년학의 필요를 청년 연구의 부족이 아닌 경직성에서 찾는다. 대학 내 분과학문 체계에서 훈련받은 연구자들이 청년을 새로운 연구대상으로 만나게 될 때, 분과학문적인 암묵지가 연구 과정과 결과에 전반적으로 반영된다. 이때 청년은 소재주의적으로 단순 소비될 수도 있다. 예컨대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사회과학 연구자가 청년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주체성을 발견할 때, 혹은 특정 방향의 정책을 선호하는 연구자가 청년에게서 해당 정책의 정당성을 찾으려 할 때가 그렇다. 여기서 청년이라는 실제가 갖는 다면성은 상당 부분 제거되고 청년에 대한 특정한 담론 체계가 구축된다. (청년은 대학생과 연령상으로 중복되기에, 대학에 기반을 두고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가장 접근하기 쉬운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분과학문에서 통용되는 방식의 전문성은 연구대상인 청년에 대한 타자화를 동반한다. 사회학이나 문화 연구에서 청년의 주체성을 반복해 질문할 때 청년 연구는 청년에 대한 세대주의적 고정관념들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한다. 개인주의, 탈권위주의, 가난, 공정, 비활력, 경쟁지향 등 학술장에서 제출된 청년에 대한 진단의 목록은 그 끝이 없다. 몇몇 경제학 연구에서 청년은 취업률로, 인구학 연구에서 청년은 혼인율과 출생률, 정주 의사 등의 지표로 치환되기도 한다. 이런 관점은 청년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방식의 청년에 대한 관점이지만, 기존의 지식 제도와 체계가 승인하기에 현실에서 매우 강력하게 작동한다.
청년학은 기존 체계들의 경직성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지로서 그 의미가 있다. (일자리정책이면 충분하다는 기성의 논리를 깨고, 청년의 삶은 종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논리를 당사자들이 주장하면서 청년정책이 생겨난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므로 지금껏 있었던 청년 연구의 계보를 종합하여 새로운 분과학문을 발명하는 것은 청년학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나와 동료들은 분과학문 체계를 바탕으로 한 이전의 청년 연구와 구별되는, 다른 방식으로 지식과 연구자와 사람들을 결합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말하기 위해, 그 계기를 실제로 구축하기 위해 청년학이라는 어색한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리하여 당장 이번 토요일(17일) 서울청년학회에는 청년연구자, 대학원생, 교수, 청년활동가, 연구활동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정체화하는 이들이 제도를 가로질러 새로운 만남의 장에 모인다. ‘청년’을 스쳐 가는 소재가 아니라 중심적인 주제로 두고 머리를 맞댈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접속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