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인터넷 발전과 성장의 보호자 구실을 해왔던 미국의 통신품위법 230조가 공격받고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 양쪽 모두 수정 또는 폐지를 주장한다. 트럼프와 공화당 쪽은 인터넷기업들이 보수 성향 게시물을 편향적으로 검열한다고 주장해왔고, 바이든과 민주당 쪽은 이들 기업이 가짜뉴스나 오보를 너무 안이하게 관리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한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기업에 제3자가 게시한 내용이나 콘텐츠에 대해 면책을 보장해온 소셜미디어 산업의 기본 법칙이다. 그러나 230조 비판자들은 인터넷기업이 그동안 고속 성장을 누린 것에 비해 자율 규제에 너무 게을렀다고 지적한다. 인터넷기업이 표현의 자유와 혁신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나, 230조의 혜택으로 영향력이 막대해졌음에도 책임과 의무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아지트 파이 미국연방통신위원회(에프시시·FCC) 의장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230조의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규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파장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은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법에 변화가 생기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유로운 공개시장에서 진실과 가짜가 대결하면 진리와 진짜가 궁극적으로 승리한다는 17세기 존 밀턴의 주장은 오늘날 ‘표현의 자유’라는 언론 제도의 사상적 근간이 되었다. 인터넷기업도 이러한 사상에 의지해 성장해온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유경쟁을 하면 진리가 채택될 것이라는 믿음에는 ‘양심’이라는 중요한 전제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말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가 진정한 표현의 자유이다. 양심은 옳고 그름이라는 도덕적 인식이 개입되어 행위로 나타나는 판단 결과다. 정보통신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범죄와 가짜정보 유통 수법이 고도화하면서 양심 없는 표현의 자유까지 보장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지지를 받고 있으나, 규제가 강해질수록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 범죄와 비양심의 속성이다. 그래서 제도로 규제 강화를 하는 것보다 인터넷기업 스스로 책무를 규정하고 의지를 공표하는 것이 실효성 있다.
이를테면 기업 스스로 자신들의 서비스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해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자격과 태도가 무엇인지 알려주면 좋겠다. 누구나 이용하는 메신저의 경우 그동안 기능적 사용에 대한 내용은 많지만, 올바른 메신저 사용에 대한 지침은 거의 없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연령별로, 인터넷 활용의 수준별로 이용법을 만들어 서비스의 속성과 전파력,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누리집 어느 한구석에 의무적으로 밝히는 것에 그치지 말고 쉽고 재미있게 알려줘야 한다. 인터넷기업이 구글의 ‘비 인터넷 어섬’(Be Internet Awesome)과 같은 온라인 이용자 교육 도구를 더 다양하게 개발하면 좋겠다.
인터넷 서비스라는 도구가 가짜와 진짜를 판별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수수방관적 태도에 머무르지 않고, 올바른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업의 입장이 단호하고 분명해지길 기대한다. 더 나은 인터넷은 결국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최선영 ㅣ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