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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소득세를 포기하려는가 / 김유찬

등록 2020-11-05 18:55수정 2020-11-06 02:39

김유찬 ㅣ 조세재정연구원장

올해의 정부 세법개정안에 개인유사법인의 초과유보소득에 대한 배당간주 규정이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가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법인을 대상으로 초과유보소득을 주주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하여 주주에게 배당소득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초과유보소득은 유보소득에서 적정유보소득을 제한 것이며 적정유보소득은 유보소득의 50%나 자본금의 10% 중에서 큰 것이다. 이 제도의 취지는 개인들이 1인 주주법인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소득에 부과되는 높은 소득세율을 회피하려는 행태를 방지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소득세 제도의 기능 유지에도 필수적이다. 소득세의 세율 체계는 6~42%인 것에 비해 법인세율 체계는 10~25%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 이런 세율 격차를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납세자들의 행태는 통계적으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10년 5만개(전체 법인의 10.6%) 정도에 불과했던 1인 주주법인은 지난해에는 28만개(32.2%)로 증가했다. 어느 정도 규모의 소득이 생기는 개인사업자들은 모두 법인으로 전환하여 세 부담을 회피할 강한 유인을 현행 제도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은 뒤에 소득을 법인에 남겨서 누적된 자산을 향후 가업상속공제를 통하여 자식 세대에게 물려줄 수도 있으니 오죽 유리한가.

조세 제도는 시스템의 정교함을 요구한다. 그래야만 현실에서 작동하고 정부 재정 운영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조세회피 통로가 발견되면 납세자들이 그쪽으로 향하는 움직임은 가속화되는데 당국이 여기에 반응하지 않으면 조세 제도는 곧 기능을 잃는다. 배당간주 규정은 중소기업 소유자들의 세 부담을 결정하는 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 배당간주 규정의 도입이 좌절되면 전체 조세 제도의 가장 근간에 있는 소득세 제도는 망가질 수 있다.

배당간주 규정의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은 개인유사법인의 수적 증가는 상법상 설립요건 완화에 기인하고, 개인과 법인 간 세 부담 차이는 세법상 예정된바 유리한 쪽으로의 선택이 이뤄진 것이지 조세회피 목적에 따른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상법에서 법인화를 권장했다 하여도 이는 엄연히 회계 투명성을 지향한 때문이고, 세법에서는 별도로 법인 형태와는 무관하게 조세형평성과 조세회피 방지를 추구할 수 있고 추구해야만 한다.

반대에 직면한 정부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개인유사법인 가운데 이자, 배당소득이나 임대료, 사용료, 부동산 주식양도 소득 등 ‘수동적 소득’이 전체 수입의 50% 이상인 기업만을 수동적 사업법인으로 간주하여 과세 대상으로 하겠다고 한다. 이 수정안의 문제는 개인사업자들이 수동적 사업, 즉 통상의 기업적 활동 없이 자산이 벌어다주는 소득만을 갖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처럼 1인 주주법인을 차려 낮은 법인세율 혜택을 보장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개인 자산을 1인 주주법인에 옮겨 수동적 소득이 2년 연속 50%가 넘지 않도록 요령껏 관리만 한다면 이자, 배당, 임대소득 등에 대한 개인 종합과세 세율도 적용되지 않아 금융소득의 종합과세도 사실상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다.

소득세를 포기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득세 제도를 이렇게 방치하는 나라는 없다. 배당간주 규정이 좌초되거나 현저하게 약해진다면 정책결정권자들은 오히려 더 어려운,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을 곧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업소득이나 금융 등 자산소득은 낮은 세율로 피해 갈 기회를 제공받는데 왜 월급쟁이 근로소득자들은 근로소득에 대하여 홀로 높은 세율을 부담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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