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성산 제2공항은 안 된다 / 문상빈

등록 2020-12-03 17:03수정 2020-12-04 02:38

문상빈ㅣ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5년 전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과 김해신공항 공항인프라 확충 타당성 평가를 했었다. 이 타당성 평가 용역을 담당한 해외업체는 세계적인 공항컨설팅 전문회사인 프랑스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었다. 당시 이 회사는 제주공항과 김해공항 모두 기존 공항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인프라 확충 대안을 제시했다. 제주공항은 관제인력과 장비·시스템을 첨단시설로 개선하고 주기장 확보와 터미널 신축, 교차활주로를 활용하면 당시 국토부가 과도하게 설정한 2045년 4560만명의 공항 이용객 수요마저도 충족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해공항은 밀양이나 가덕도가 아닌 김해공항에 브이(V)자 활주로를 추가하여 운용하면 미래의 항공 수요 충족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15년 당시 국토교통부는 김해공항의 경우 에이디피아이의 연구결과를 신의 한 수라고 칭송하며 김해신공항 건설안을 채택했다. 그런데 제주공항의 경우 김해와는 달리 제주공항 활용 극대화 방안을 담은 에이디피아이의 결과보고서를 타당성용역보고서에 적시하지도 않고 은폐해 버렸다. 대신 제주도민들이 그때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9조원짜리 대규모 해상매립안만 올려 비교·평가하고 제2공항 건설안을 채택했다. 국토교통부가 같은 연구결과를 놓고 김해는 맞고 제주는 틀렸다고 심판에 개입한 것이다.

에이디피아이는 김해신공항의 관제시스템 개선 권고에서 항공기 분리간격을 5해리로 적용해 활주로 용량을 제시했고 국토부에 이어 최근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도 이를 수용했다. 에이디피아이는 제주공항의 경우 단일 활주로만으로 기존 8해리에서 6해리로, 교차활주로를 활용하면 4.5해리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회사의 활주로 용량 계산 방식과 적용 방식은 김해와 제주 모두 동일했다. 국토부의 2055년 항공 수요를 감안하면 에이디피아이의 제주공항 활용 극대화 방안은 별도의 제2공항을 건설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연구결과였다. 국토부가 이 회사의 결과보고서를 은폐한 이유다.

그러나 국토부는 제주공항은 김해공항과 기상이나 시설 여건이 달라 항공기 분리간격을 8해리 미만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여전히 제2공항 신설을 고집하고 있다. 에이디피아이도 인정한 현 제주공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단거리공항이다. 제주공항은 산으로 둘러싸여 항공안전을 위해선 원칙적으로 여러 산들을 절취해야만 했던 김해공항보다 오히려 적극적인 시설 개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좋은 공항이다. 국토부는 기상 여건이 안 좋다고 강조하지만 악기상으로 인한 결항률이 전체의 0.66%에 불과해 99.34%가 정상 운항되는 안전한 공항이다. 제2공항을 만들 예정인 성산은 제주공항 지역보다 더 강우량과 강설량이 많고 측풍의 강도가 더 높은 곳이다. 대체공항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국토부는 제2공항을 기본계획에서 밝혔듯 현재 제주공항에서 운항되는 국내선의 50%를 가져다 운영하는 보조공항의 역할로 한정했다. 그러면서 관광객 2500만명 수요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확산과 재유행이 반복되고 있다. 항공업계의 오랜 침체와 적자 운영이 가속화돼 국내 항공업계도 본격적인 구조조정 시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성산 제2공항 시설은 이 시대 대표적인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분명한 것은 현 제주공항을 첨단 현대화 시설로 재개발하는 것이 150만평의 농지와 환경을 파괴하고 들어서는 제2공항보다 환경보전과 도민 경제의 입장에서도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군·경호처도 검사처럼 무한 복종할 줄 알았나 1.

윤석열, 군·경호처도 검사처럼 무한 복종할 줄 알았나

그 폭동은 우발이 아니다…법원으로 간 ‘백골단’ 2.

그 폭동은 우발이 아니다…법원으로 간 ‘백골단’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3.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대추리의 싸움…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맞서다 4.

대추리의 싸움…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맞서다

[사설] 내란 이어 폭동도 옹호, 국민의힘 극우정당 되려 하나 5.

[사설] 내란 이어 폭동도 옹호, 국민의힘 극우정당 되려 하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