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서울 말고] ‘이통장발’ 아닌 ‘진주시청발’ 코로나19 / 권영란

등록 2020-12-06 13:52수정 2020-12-07 10:38

제주 연수 이후 코로나19 집단감염과 확산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남 진주시 이통장협의회 집행부가 4일 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연수 이후 코로나19 집단감염과 확산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남 진주시 이통장협의회 집행부가 4일 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란 ㅣ 진주 <지역쓰담> 대표

도대체 경남 진주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시민들은 조규일 시장과 진주시를 대상으로 집단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류재수 진주시의원은 2021년 당초 예산안에 진주시 긴급재난지원금 1000억원(지난번 정부 지원금이 진주 968억원)을 넣어 새로이 편성할 것을 제안하고….

‘진주시청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0일째. ‘대낮에도 개미 한 마리 안 보인다’는 어느 시민의 말은 지금 진주시의 참담함을 입증한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고, 후폭풍으로 자영업자·상공인·비정규직·특수직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들 대부분은 앞으로 생계·생활고가 어떨지 두렵기만 하다.

경남 진주시는 코로나19가 1년여 진행되는 동안에도 비교적 피해가 적고 안전한 지역이었다. 35만명 소도시로 인구 밀집도가 높지 않아서, 서울대구보다 상대적으로 자연친화도시라서, 방역지침을 잘 준수해서 등 기타 이유를 들어 시민들 대부분은 ‘역시 살기 좋은 곳’이라 여겼다. 전국적인 재난 상황을 보고 들으며 함께 안타까워했고, 함께 응원했고,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 어려움은 겪고 있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곧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기다림과 기대는 한방에 훅 갔다. 지난 11월25일 진주시 산하 진주시 이통장협의회와 관련자가 두차례 제주 연수를 갔다 온 뒤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것이다. 25일 하루 만에 오전에 19명 확진자 발생, 오후에 14명 확진자 발생… 연이어 긴급재난문자가 울리고 진주 전역은 불안과 공포에 싸였다. 9월 들어 잠시 활기를 띠던 지역경제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시민들의 일상은 다시 멈췄다. 일부 학교는 다시 비대면 수업으로 들어가고, 거리엔 사람들이 없고, 버스는 텅텅 빈 채로 다녔다. 식당, 카페, 술집 등 업종 불문하고 임시휴업 또는 개점휴업 상태로 들어갔다.

발생 2일째 조규일 진주시장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최종 책임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사태를 떠넘기는 발언으로 무책임·무능력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담당 공무원은 양성 판정을 받았고 진주시장은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자가격리로 들어갔다. 시장실과 행정과가 위치한 진주시청 5층은 폐쇄되고 5층 일부 공무원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이번 사태로 발생한 확진자 공식 통계는 65명이다. 지난 1년 진주에서 발생한 확진자의 2배가 훨씬 넘는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발생 10일째인 12월4일 오전 11시.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진주시 이통장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제주 연수는 이통장협의회에서 진주시에 재차 제안을 해서 집행하게 된 것이라는 해명과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이통장협의회에 있으니 집행부가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뒤 진주시민들은 더 분노하고 있다. 진주시가 힘없는 이통장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이번 사태를 자꾸 축소하려는 모양새로 보였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번 사태를 두고 ‘이통장발’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되레 이번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진주시 이통장협의회 제주 연수는 진주시 예산으로 집행됐고, 담당 공무원이 동행했다. 절차를 밟아 공식적으로 이뤄진 일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발생원인도 책임도 진주시에 있고, 최종 책임자인 진주시장에게 있지 않은가. 이번 사태는 안일하고 오만한 진주시 행정이 빚은 대참사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사태의 핵심을 흐리는 ‘이통장발’이 아니라 ‘진주시청발’이 더 정확하겠다.

밤 9시가 되기도 전인데 도시 전체가 캄캄하다. 인기척 없는 동네마다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골목을 누비고 있다. 동네 편의점 불빛만이 도시의 등대처럼 환하다. 진주시청 누리집 ‘시장에게 바란다’에는 ‘제발 살려주세요’ 생활고를 호소하는 글들이 지금도 올라오고 있다. 12월4일 경남 진주 상황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내란 수사 대상자’ 서울경찰청장 발령 강행한 최상목 1.

[사설] ‘내란 수사 대상자’ 서울경찰청장 발령 강행한 최상목

[사설] 극우교회 폭력·음모론 선동, 교계 스스로 정화 나서야 2.

[사설] 극우교회 폭력·음모론 선동, 교계 스스로 정화 나서야

국힘은 왜 ‘내란’에 끌려다니나 [2월10일 뉴스뷰리핑] 3.

국힘은 왜 ‘내란’에 끌려다니나 [2월10일 뉴스뷰리핑]

윤석열을 믿어봤다 [한겨레 프리즘] 4.

윤석열을 믿어봤다 [한겨레 프리즘]

역사적 퇴행 낳은 사람·제도·문화 확 고치자 [왜냐면] 5.

역사적 퇴행 낳은 사람·제도·문화 확 고치자 [왜냐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