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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닫힌 교문을 열라 / 김현철

등록 2020-12-17 19:06수정 2020-12-18 02:38

만일 등교 제한이 코로나 확산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면, 미래세대를 희생하면서도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보건학과 경제학의 많은 연구 결과는 공통적으로 등교 제한의 실효가 거의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김현철 | 홍콩과기대 경제학과·코넬대 정책학과 교수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쟁은 아직 전반전이다. 백신 개발로 조기 종료될 것이라는 꿈은 잠시 거두시라. 지독한 전염병의 종식을 위해서는 국민 70%에게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백신의 대량생산이 만만치 않다. 대량생산이 돼도, 우리나라가 충분한 양을 확보해야 한다. 백신에 대한 불신과 비협조를 넘어 전 국민 접종을 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백신 효과의 유효기간도 아직 모른다. 정상적인 삶까지는 아직 긴 여정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극단적인 봉쇄 정책 없이 감염률을 낮게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이런 성취에는 빠른 추적검사를 가능케 한 정부의 노력이 중요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이 정부 시책에 잘 따라 주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스크를 열심히 썼으며, 사회생활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줄여왔다. 하루에도 수천명씩 죽는 미국과 유럽이 방법을 몰라 이 지경이 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마스크 쓰기를 회피하고 평상시처럼 카페에서 먹고 마시는 한 봉쇄령도 별 소용이 없다.

우리나라의 초기 코로나19 대응 목표는 감염자 수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었다. 전염병의 실체를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는 합리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이제는 코로나19의 실체가 많이 알려졌다. 또 싸움이 장기전이 된 이상 목표 변경이 불가피하다.

장기전 정책의 목표는 분명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직접 손실 및 방역 정책의 부작용으로 인한 간접 손실, 두 손실의 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모든 정책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는 경제성장 저해, 미래세대의 교육 기회 박탈이라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하고 지난 11월1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세분화하고 이에 따른 지침을 개정했다. 중요한 변화는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부작용, 둘 간의 균형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중요하고 적절한 변경이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학교에 관한 내용이다. 새 지침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부터 오직 3분의 2만 등교할 수 있고, 2단계로 넘어가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3분의 1만 등교하게 된다.

등교 제한은 미래세대에 큰 부담이다. 학력 저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 가령, 온라인 수업을 위해서는 자녀 수만큼 컴퓨터가 필요하다. 저소득층에겐 어려운 일이다. 이들은 사교육을 통한 학력 보충도 어렵다. 낮 동안 보호자가 없는 가정의 아이들은 사실상 방치된다.

학교는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친구를 만나고 사회를 배우는 곳이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교육은 삶의 중요한 결정을 좀 더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게 한다.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주어 성실성, 개방성, 감정의 성숙을 돕는다. 이외에도, 교육은 우리를 더 건강하게 하며, 이 결과 수명이 증가한다. 교육은 여성의 권리를 증진시키고, 범죄율을 낮추어 사회에도 기여한다.

만일 등교 제한이 코로나 확산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면, 미래세대를 희생하면서도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 보건학과 경제학의 많은 연구 결과는 공통적으로 등교 제한의 실효가 거의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장이 주 저자인 우리나라 사례를 분석한 논문도 같은 결론이다. 유럽의 방역 정책에서 학교의 정상 운영이 최우선순위에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왜 등교 제한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집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학교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등교 제한 조치는 별 의미가 없다. 아이들을 돌보는 조부모와의 접촉이 늘어 오히려 이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 방역지침을 잘 지키는 학교가 아이들에게 더 안전할 수 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는 학교교육의 사회적 중요성과 등교 제한의 비효율성을 간과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확산 방지의 열쇠는 우리 어른들에게 달려 있다. 여럿이 먹고 마시는 모임을 하지 말자. 연말연시 집에 있어야 할 사람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다. 코로나19 전쟁 후반전엔 닫힌 교문을 열라. 이것이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책임 있는 정책의 집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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