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국ㅣ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위원
4차 산업혁명 등 소위 디지털 변환으로 인간의 일이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자동화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부분적이라도) 새로운 일을 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한 능력을 갖추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평생학습·교육(혹은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요청이 커졌다. 그러나 평생교육의 제도적 기제가 부실하며, 이는 커다란 사회적 위험의 대두이다.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은 지지부진하다. 교육부의 평생교육 정책은 이명박 정부 시대의 ‘선 취업 후 진학’의 뒤치다꺼리에 지나지 않는다. 2019년 약 6327억원을 쓴 고용노동부의 직업능력개발 사업은 고용보험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그 대상이 되지 않는 인구가 절반(고용보험 가입률이 50% 정도임)이며, 효과적이지 않다. 내일배움카드제 개선으로 지원액수를 500만원까지 늘리고 지원기간도 5년까지 늘렸지만, 상담 서비스의 확충이 없는 상태여서 고학력 혹은 고숙련자의 이용만을 늘릴 것이다. 더욱이 큰 비중을 갖는 재직자 훈련은 낮은 보험료율(프랑스는 10인 이상 기업에 대해 1%를 부과하는 반면 우리나라 대기업은 0.7%, 중소기업은 0.1%를 부담)로 교육훈련의 실효성이 크게 낮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는 교육훈련은 대부분 값싼 것들뿐이며, 성과 역시 초라하다.
이제 틀을 바꾸어야 한다. 평생교육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고, 특히 저학력자나 저숙련자의 경우는 평생교육의 필요가 더 많은데도 이를 잘 모르며, 평생교육에 접근할 수단도 변변치 못하다. 그렇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실질적인 교육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권리에 입각한 평생교육의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정규교육이 의무와 권리인 것처럼 이제는 평생교육이 권리와 의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로서의 평생교육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것이며, 사회구성원 자격에서 나오는 사회적 인출권의 논리에 의해 정당화된다. 이미 정치학자 마셜이 시민의 사회적 권리로서 (정규)교육과 복지의 두 가지를 주장하였고, 교육과 복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나라에서 당연한 사회적 권리가 되었다. 2019년 국제노동기구(ILO)는 “보편적 평생교육의 수급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평생교육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축할 것” 그리고 “일하는 사람이 유급휴가를 통해 교육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에 대한 권리 및 자격 부여를 제도적으로 구축할 것”을 각국 정부에 권고하였다.
권리로서의 평생교육 제도를 위해 우선 평생교육을 권리로 규정하는 법적 제도적 규정을 정립해야 한다. 동시에 취업 중에도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휴가권을 제정해야 하며, 취약계층의 교육훈련 참여를 위한 생계비 지원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정규교육 비용이 조세(교육세)에서 나오는 것처럼, 평생교육을 위한 재원은 일반재정으로 마련해야 한다. 평생교육이 실질적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4년 정도의 대학교육을 받을 만큼― 자금이 지원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부의 직업교육과 고등교육 담당 부서, 고용노동부의 직업능력개발 담당 부서를 합쳐서 가칭 ‘평생교육부’로 신설해야 한다. 동시에 산업단체와 노동단체가 필요한 숙련과 일자리 정보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권리 기반의 평생교육 제도는 반드시 상담서비스의 대대적 확충(기초단체마다 1개의 경력개발상담서비스센터 구축 및 전문적 경력개발상담 인력의 충원을 통한 1회 50분 이상 실질적 상담이 가능한 수준)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혁은 단기, 중기, 장기의 로드맵을 가지고 천천히 진행되어야 하며, 국민의 참여하에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