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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숨&결] 그때는 왜 못했을까? / 서복경

등록 2021-03-17 14:50수정 2021-03-18 02:39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사건의 중심에는 공직자가 공무 중 얻은 정보로 사익을 추구한 행위가 있다. 대통령, 국회 여·야당, 시민단체는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분위기로 보아선 곧 법 제정이 될 것 같지만,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본격화되는 법안심의의 시행착오를 막기 위해 지난 과정을 되짚어본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법안이 처음 만들어진 건 이명박 정부 때였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과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공직자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컸다. 정부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만들었고, 그 법안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되었다. 정부안이 제출되기 전에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김영주 의원, 이상민 의원 대표발의안 2건이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었고, 정부안 제출 이후 김기식 의원 대표발의안도 제출되어 국회 정무위는 4건의 법안에 대해 통합심사에 들어갔다. 국민들은 분노했으며 정부도 안을 냈고 야당 의원들도 3건이나 법안을 냈으니 모양새로는 지금과 비슷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위원회 심의조차 진행되지 않았지만, 19대 국회 법안심의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13번의 회의에 안건을 상정했고, 8번의 회의에서는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법안심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 결론은 이해충돌방지가 빠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첫번째 문제는, 심의에 참여한 위원들이 전체적으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안을 중심으로 심의를 했음에도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이해도는 크게 낮았다. 위원들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회의 때마다 같은 주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을 하느라, 횟수가 거듭되어도 논의는 진척을 보지 못했다. 넓게 보면 부정청탁·금품수수 금지 역시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것이었음에도 정작 핵심 조항을 빼버리는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된 이유였다.

‘공직자가 공무 수행을 하는 데에만 써야 하는 영향력과 정보를 사익추구를 위해 사용’하게 될 때 이해충돌은 발생한다. 그러니 규제대상 주체는 당연히 ‘공직자’다. 그런데 19대 국회 법안심의에 참여했던 의원들은 ‘교사와 언론인이 포함되어야 하느냐’를 둘러싸고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또 이 법의 규제대상 행위는 공직자의 ‘사익추구 행위’다. 그러니 규제대상 공직자의 범위에는 사익추구에 공적 영향력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직위라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공직자의 사익추구 행위는 차명으로 이루어지거나 계약, 인허가, 거래, 고용 등을 통해 가족의 사익으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직계존비속을 통해 이루어지는 관련 행위는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 이해충돌 관련 정보는 ‘비밀’로 분류된 정보만이 아니라 ‘비공개’정보인 경우가 많다. 엘에이치 직원들이 활용한 정보도 비밀정보가 아니라 비공개정보다. 비공개정보 활용 사익추구 행위를 명시해야 비밀정보인지 비공개정보인지를 둘러싼 불필요한 사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안심의에서 나타난 또 다른 문제는, 공직사회 전체의 제도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입법자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위원들은 회의장 안팎에서 정부 관계자들에게 ‘국회의원에게 적용되는 이해충돌이 뭔지’를 계속 물었다. 그건 정부 관계자들에게 물을 일이 아니라 입법자들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일이다. 나아가 전체 공직사회에 적용할 기준까지 세워야 할 책임은 입법자들의 몫이다. 그런데 19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은 매번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비판을 할 뿐 스스로 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21대 국회가 뭔가를 만들려면 스스로 책임을 인식하고 안을 제출해야 한다. 자신들을 포함한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막을 방안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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