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공영방송 넘어선 유튜브·넷플릭스의 성공 이유는?

등록 2021-03-23 17:10수정 2021-03-24 02:39

[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인간은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선택하지만, 자연은 자신이 돌보는 존재의 이득을 위해서만 선택한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인간의 인위적 선택과 노력보다 자연의 산물이 진정성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무리 복잡한 생존 조건일지라도 자연은 잘 적응돼 있을 뿐 아니라 나쁜 건 버리고 좋은 건 보존한다는 것이다. 복잡한 미디어 생태계도 흡사 이 ‘자연 선택’의 원리를 닮아가는 것 같다. 텔레비전과 모바일, 프로그램과 콘텐츠, 방송과 영상 등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변화를 동반한 계승’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점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방송사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폐지 또는 포기한 장르가 새로운 플랫폼에서 큰 성장을 하는 것이다.

가령, 인기몰이 중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B대면데이트’나 <꼰대희>의 ‘밥묵자’는 폐지된 <개그콘서트>(KBS)의 혈통을 계승한 포맷이다. 코너 포맷은 비슷하지만 공영방송에서는 담지 못하는 기발한 소재를 마음껏 다룬다. 방송사와 희극인 간 위계질서가 없어 끼를 실컷 발산할 수 있고, 정치 표현에도 자유롭다.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방송사와 달리 희극인들은 유튜브라는 토양을 개척해 공영방송 개그 코너의 명맥을 계승하며 새 역사를 쓰는 중이다.

또 방송 채널에서는 보기 힘든 영유아 프로그램도 새 날개를 달았다. 유튜브에서 크게 히트한 <핑크퐁 아기상어>의 장편 애니메이션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 우주 대탐험>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 서비스되면서 북미지역에서 시청 순위 5위권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공영방송조차 양육과 교육 기능의 영유아 프로그램을 거의 편성하지 않는 우리와 달리, 구독 기반 동영상 플랫폼에서 영유아 프로그램은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동일 콘텐츠를 반복 시청하는 경향이 있고, 어릴 때 시청 습관은 쉽사리 바뀌지 않기 때문에 구독 해지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공교롭게 다 공영방송에서 포기하지 말았어야 할 프로그램이다. 사회적 다양성과 공익성, 건전한 오락성을 추구하던 프로그램이 많이 사라져 ‘공영성’은 퇴색하고, 시청률과 수익에 급급한 돈 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대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부 변화 없이 관행적인 조직문화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지난 1월 넷플릭스는 ‘포용’ 관점의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프로그램의 장르적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고용과 조직문화의 다양성을 통계적으로 밝혔다. 예컨대 여성 임원과 고위 경영진에서의 여성 비율은 절반에 가깝다. 구성원의 인종도 다양하다. 채용 과정에서는 포용적 관점으로 인재를 찾고, 직원들은 차이와 편견을 찾아내 소외된 집단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조직 구성과 운영에서 포용적 다양성을 발휘한 것이 콘텐츠 다양성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짐작된다.

팬데믹 시기, 글로벌 영상 플랫폼이 이용자 점유율을 높인 건 우연이 아니다. 우리 공영방송에서 포기한 <개그콘서트>나 영유아 프로그램이 유튜브와 넷플릭스에서 왜 성공하고 있는지 반문해보아야 한다. 사소하지만 유용한 변화를 수용하는 조직문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

최선영 ㅣ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귀환과 세가지 선택지 [문정인 칼럼] 1.

트럼프 귀환과 세가지 선택지 [문정인 칼럼]

[사설] 대결정치·여사의혹·정책실패만 남은 윤 대통령 전반기 2.

[사설] 대결정치·여사의혹·정책실패만 남은 윤 대통령 전반기

[사설] 정권퇴진 집회 강경대응한 경찰, 국민과 싸우겠다는 건가 3.

[사설] 정권퇴진 집회 강경대응한 경찰, 국민과 싸우겠다는 건가

“셋째는 아들이겠네” 당황스러운 점사가 맞았다 4.

“셋째는 아들이겠네” 당황스러운 점사가 맞았다

[사설] ‘트럼프 리스크’ 최소화 위해 직접 설득 서둘러야 5.

[사설] ‘트럼프 리스크’ 최소화 위해 직접 설득 서둘러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