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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제작 줄어도 이익 폭등…방송국의 영업비밀

등록 2021-06-01 18:08수정 2021-06-02 02:32

[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지난해 우리나라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대부분은 경이로운 영업이익 실적을 올렸다. <미디어오늘> 4월7일 기사에 따르면 <티브이(TV)조선> 589억여원, <에스비에스>(SBS) 449억여원, <한국경제티브이(TV)> 182억여원 순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 만성적자였던 <문화방송>(MBC)도 2019년 839억여원의 적자에서 2020년에는 40억여원으로 흑자 전환하며 20배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한국방송>(KBS)은 비록 140억여원 적자였지만, 2019년 759억여원 적자였던 것에 비해 5.5배 실적 개선을 했으니 엄청난 성과다. 각종 규제와 국외 플랫폼 사업자 때문에 위기라고 아우성치던 방송사들 또한 스스로 놀라지 않았을까.

무슨 일이 있었기에 거의 모든 방송사가 엄청난 호실적으로 ‘턴어라운드’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재택 인구가 늘었고, 시청 가용 시간도 늘어서라고 짐작할 수 있겠지만, 실적이라는 숫자가 어떤 특징을 담고 있는지 눈여겨보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 방송산업 전체가 새로운 흐름으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티브이조선은 전자공시시스템에 사업보고서가 올라와 있지 않아, 다음으로 실적이 좋은 에스비에스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았다.

에스비에스의 매출은 뜻밖에도 최근 몇년째 감소세였다. 2020년 영업수익(광고수익 약 365억원, 사업수익 172억여원)은 2018년 대비 약 537억원이나 감소했다. 영업비용은 대폭 줄어 특히 방송제작비는 2년 전 대비 2020년에 무려 1417억여원 감소했다. 반면, 50여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640억여원으로 2년 전보다 13배나 증가했다.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송제작비가 크게 줄었는데 영업이익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니! 방송 사업모델은 프로그램 제작이 기본 아닌가.

이번엔 2019년과 2020년 사업 실적을 비교해보았다. 방송제작비는 160여억원 줄어든 반면, 매출은 430여억원이나 증가했다. 유튜브 수익을 포함한 사업수익이 370여억원으로 커진 것이다. 올해 1분기 실적도 비슷한 추이다. 2021년 1분기 영업수익은 작년 동기 대비 405억여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배 늘어난 420억여원인데 비해, 방송제작비는 200억여원이나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영업이익은 경이롭겠지만, 제작비는 감소가 예상된다.

사업수익이 크게 개선되기 시작한 2019년 4분기는 방송사들이 유튜브로 귀환한 시점이다. 방송사들은 광고수익 독점이 안 된다는 이유로 2014년 유튜브에 콘텐츠 제공을 중단한 바 있다. 5년 만에 다시 유튜브에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사업수익이 급증한 것인데, 이들은 신규 프로그램 제작보다 기존 프로그램 아이피(IP) 활용에 매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스비에스의 경우 유튜브 <티브이(TV)동물농장×애니멀봐>를 비롯해 과거 음악방송의 케이팝 콘텐츠에 글로벌 시청자 유입이 많았을 것이다. 언어 장벽이 비교적 덜하고, 기존 방송사 아이피를 활용하니 영업비용과 제작비가 들지 않는다. 콘텐츠를 다양한 길이와 형식으로 재가공해 개수 제한 없이 업로드하고 실시간 스트리밍도 가능하니, 아이러니하게도 방송사들이 그토록 경계했던 유튜브가 금광맥인 셈이다.

그런데 장기적 관점에서 방송제작비 감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는 풍요로울 수 있지만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남의 땅에서 누리는 호시절은 영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피의 힘을 경험한 만큼, 막대한 영업이익을 제작 투자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길 바란다.

최선영ㅣ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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