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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군 옴부즈만, 인권의 문제로

등록 2021-06-17 18:35수정 2021-06-18 02:36

성석호ㅣ전 국회국방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최근 군에서 성폭력을 당한 군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사건과 이를 은폐·엄폐한 군 당국의 조치에 국민들이 분노하면서 다시금 ‘군 옴부즈만’이 주목받고 있다.

옴부즈만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유래되어 일반적으로 인권의 향상과 보호를 위해 명시적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독립된 기구를 일컫는데, 군 옴부즈만은 외부인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 폐쇄적인 군 조직 내에서 군인의 인권침해 문제를 보다 투명하게 다룰 수 있는 인권보호기관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 군대에 옴부즈만의 도입 필요성이 거론된 것은 2005년도 육군훈련소에서 중대장이 화장실 청소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변기에 묻은 인분을 훈련병 입속에 넣게 한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이후 국방부 및 각군 본부에 인권과를 설치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군 옴부즈만 설치 문제는 2014년 육군 전방부대의 이른바 ‘윤 일병 사건’과 ‘사단장의 여군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일대 전기를 맞는다.

국회는 여야 의원 17명(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9명,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8명)으로 ‘군인권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10개월간 활동하였다.

해당 특별위는 군인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병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제도적·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군 옴부즈만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다만 이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는데 국회에 설치하는 안, 국가인권위원회에 설치하는 안 등을 가지고 총 7회의 소회의, 공청회, 군 인권단체의 설문조사 연구용역(병사, 간부들 대부분 인권위 내 설치를 선호하였음) 등을 실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특별위는 군 옴부즈만을 인권위에 설치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특별위가 법률안 심사권을 갖고 있지 않아 한편으로는 군 옴부즈만 설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216명의 찬성으로 채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 옴부즈만 설치 법안을 발의하였지만, 국방부는 군 옴부즈만의 군부대 현장방문조사권에 대하여 보안 문제, 군사법경찰권과 충돌 우려 등의 이유를 대며 소극적 태도를 취하였고 결국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한 채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군 옴부즈만을 설치한다는 근거 규정을 두는 데 그치고 말았다.

현재 여당은 공군 부사관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 옴부즈만 설치를 다시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군에서는 매년 50여명의 장병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민국은 국격에 맞게 군 장병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고, 군 옴부즈만 설치는 시대적 요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19대 국회에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군인권 문제의 혁신적 해결을 위하여 10여개월간 활동하면서 여러 쟁점을 검토하고 필요한 대안을 마련하였음에도, 이제 와 또다시 군 옴부즈만을 어디 소속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군 옴부즈만의 현장조사 권한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군 옴부즈만은 그 구성원과 업무 수행이 정치적 중립 차원에서 공정하여야 하며 또한 독립적이어야 한다. 이에 더해 인권침해 사건 조사 업무의 단면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억울한 심정과 절박함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더 나아가 공군 부사관 사건과 같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하여 정책, 교육, 제도 개선 업무 등과 종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결국, 군인의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군 옴부즈만을 두는 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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