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의 권한 다툼이 또 불거졌다. 앞서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가진 검사 관련 사건의 처리를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있었는데, 이번엔 공수처가 수사권만 가진 일반 사건의 처리 권한을 두고 다시 주도권 싸움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수처가 검찰에 대한 견제 기관으로 출범한 만큼 어느 정도의 갈등은 예견됐지만, 이렇게 사사건건 대립하며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무책임한 행태다.
이번 권한 다툼은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수사가 마무리되면 그 처리 과정에서 현실화할 전망이다. 공수처가 처벌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길 경우, 검찰은 경찰에 하듯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가 경찰과 같은 사법경찰관이 아니라 검사 신분이기 때문에 보완 수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한다. 또 공수처가 처벌 필요성이 없다고 결론 내릴 경우, 불기소로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다는 공수처 입장과, 이때도 불기소 결정 주체는 검찰이어야 한다는 검찰 입장이 맞서고 있다.
앞서 공수처가 검사 관련 사건을 검찰에 이첩해 수사하도록 하고 기소 여부는 재이첩받아 직접 결정하겠다고 한 뒤, 이 ‘조건부 이첩’을 둘러싸고 두 기관이 격렬한 충돌을 겪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규원 검사를 공수처가 검찰에 조건부 이첩했으나 검찰이 자체적으로 전격 기소했고, 이에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에 조건부 이첩 조항을 명시했다. 하지만 공수처 내부 규정인 사건사무규칙을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갈등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두 사안 모두 공수처법에 명시적 규정이 없는 터라 갈등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검찰은 공수처가 수사·기소권을 지닌 검사 범죄에 대해서 공수처에 이첩하지 않고 자체 무혐의 종결할 수 있다는 내부 예규를 만드는가 하면, 자체 종결한 사건 목록 등을 넘겨달라는 공수처 요구에도 불응했다. 공수처 설치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태지만, 이 역시 명확한 법적 정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두 기관이 법률의 공백 지대를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채우면서 갈등만 높아지는 형국이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막고 고위공직자 범죄의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등 공수처 도입으로 이루려 한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어디가 상급기관이냐는 식의 유치한 논쟁과 기득권 지키기 논리만 횡행하고 있다. 당사자들에게 맡겨서는 두 기관의 합리적 권한 조정은 난망한 상황이 됐다. 이처럼 법 집행 기관들의 어정쩡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형사 사법 체제의 틀이 흔들린다. 국회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입법을 통한 해결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