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된 직후 손을 들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선출됐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8개월,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3개월 만이다. 홍준표 의원이 급상승한 국민여론조사 지지율을 발판 삼아 막판 역전을 노렸지만, 윤 후보는 압도적 당원 조직표에 힘입어 홍 의원을 6.3%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후보직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제20대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의 다자 구도로 본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윤 후보는 이날 후보 수락연설에서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바라는 민심이 정치 신인인 저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며 “조국의 위선, 추미애의 오만을 무너뜨린 공정의 상징이자, 문재인 정권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치명적 아픔인 저의 경선 승리를 정권은 매우 두려워하고 뼈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검찰총장에서 야당 대선 주자로 변신한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온전히 정권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의 말대로 ‘검사 윤석열’을 제1야당 대선 후보로까지 키운 책임의 상당 부분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적폐 수사’를 위해 파격 발탁된 검찰총장이 정권 핵심 인물들을 상대로 무리한 수사를 벌이다 권력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법무부 장관과 볼썽사나운 힘겨루기 끝에 옷을 벗고 정치권으로 직행한 것은 검찰 역사에 크나큰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정권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온 데 대해 윤 후보 스스로도 반성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정상이다.
정부 여당의 ‘내로남불’과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에 편승해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됐지만, 경선 기간 동안 대선 주자에게 걸맞은 자질과 역량을 보여줬는지도 윤 후보는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 손바닥 ‘왕’자 소동과 ‘주 120시간 노동’ 발언, ‘전두환 미화’ 망언과 ‘개 사과’ 파동 등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국민에게 충격과 상처를 안긴 게 한두번인가.
윤 후보는 선거일까지 남은 넉달 동안 대선 후보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정책과 비전, 달라진 품행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검찰총장 재임 시절 자신의 직속 참모가 연루된 ‘고발 사주’ 의혹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권의 ‘정치 공작’으로 몰아 의혹의 실체를 부정하기엔 드러난 정황들이 너무 많다. 대선 일정과는 별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에 윤 후보도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