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개 시민사회, 종교, 학생, 진보정당 단체 등이 모인 ‘5인 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지난달 5일 오전 국회 앞에서 ‘5인미만 차별폐지 집중 행동주간 계획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응답하라’ 행위극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민의힘이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전면 적용을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24일 한국노총이 주최한 정당별 대선 정책 비교 토론회를 통해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에서 5개월째 중단돼온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의 필요와 시급성을 생각하면, 대선 이후로 입법을 미룰 이유가 없다. 곧바로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마땅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를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국민의힘의 노동 관련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최근까지도 국민의힘이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을 고려하면 전향적인 변화라 할 만하다. 지난 8월 민주당이 ‘탄소중립 녹색성장법’을 환노위에서 단독 처리한 것에 반발해 보이콧해온 법안심사소위에 다시 참여하는 것이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5분의 1이나 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만 적용받고 있으며, 다른 노동 관련 법안들의 적용에서도 제외되기 일쑤다. 부당해고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법적으로 구제신청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야근·휴일 수당, 연차휴가, 대체공휴일도 ‘그림의 떡’이다. 주 52시간 상한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수많은 기업이 ‘사업장 쪼개기’로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하는 거대한 구멍이 되기도 한다.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한 근로기준법 2조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이 조항은 특수고용 노동자뿐 아니라 급속한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급증하는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이 조항을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려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게 맞는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유승민 후보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지만, 선거 뒤에 국민의힘은 태도를 정반대로 뒤집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선 전에 법 개정을 끝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