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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손가락 자르고 싶을 것”이라던 안철수의 원칙 없는 단일화

등록 2022-03-03 18:16수정 2022-03-04 01:50

밖으론 ‘반드시 완주’ 공언하며 물밑에선 ‘구애’
‘다당제 정착’ 소신이라며 ‘합당’도 앞뒤 안 맞아
자신이 반대해온 ‘닥치고 단일화’와 뭐가 다른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후보직을 사퇴했다.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 유세에서 ‘이순신의 12척’를 언급하며 완주 의지를 밝힌 지 나흘 만이다. 투표일을 불과 엿새 앞두고 이뤄진 단일화로 ‘4자 대결’로 진행돼온 선거 구도가 급변하게 됐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후보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미래 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두 후보는 “정권 인수위원회와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권교체론’이 꾸준히 우위를 지켜온 여론 지형을 고려하면, 야권 후보들이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자 구도에서 ‘승리를 위한 단일화’는 결선투표가 없는 현행 선거 제도 아래선 공학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을 배제하기 힘든 탓이다.

하지만 모든 단일화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일화는 유권자의 선택지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행위라는 점에서 ‘목적’뿐 아니라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원칙 없는 단일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두 후보는 이날 ‘국민통합 정부’라는 공동의 목표를 내걸고 ‘더 좋은 정권교체’를 명분 삼아 ‘인수위 공동 구성’ 등 단일화 후속 프로세스를 국민 앞에 제시했지만, 이런 내용은 지난달 27일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기 전부터 양쪽이 논의했던 것들이다. 불과 나흘 사이에 ‘그때는 안 되고 지금은 되는’ 어떤 사정 변경의 사유가 생겼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그동안 그가 그토록 반대했던 ‘닥치고 단일화’ ‘무조건 단일화’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망스러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거듭 ‘완주’를 공언해왔다. 지난달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가 거부당한 뒤에는 유세 차량 사고로 숨진 당직자의 ‘유지’까지 언급하며 ‘철수 불가론’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23일 울산 유세에선 “상대방을 떨어뜨리기 위해 무능한 후보를 뽑으면 1년이 지나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것”이란 얘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또 “(윤 후보의 당선은) 진정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적폐교대”라는 말은 수시로 해왔다. 누구보다도 안 후보가 잘 알 것이다.

‘다당제’가 소신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혀온 안철수 후보가 ‘선거 후 합당’에 합의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합당’이 안 후보에게 당대표나 총리, 수도권 광역단체장 같은 정치적 미래를 열어줄지 모르겠으나, 그의 소신이라는 다당제 정착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2일 마지막 TV 토론회 뒤 단일화 담판을 요청한 게 안철수 후보 쪽이었다는 보도는 충격을 더한다. 밖으로는 ‘단일화는 끝났다’고 선언하고 물밑에선 접촉을 이어가며 단일화 성사에 매달렸단 말인가. 지지자와 국민에 대한 명백한 기만이다.

4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엿새 뒤엔 본투표다. 두 사람의 단일화가 명분 있는 선택인지, 권력 나누기식 야합인지는 유권자들이 평가할 몫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내세운 비전과 공약뿐 아니라, 그동안의 말과 행동에 진정성이 있었는지도 면밀히 따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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