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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두번 심판’받은 민주당, 엄정히 책임 물어야

등록 2022-06-02 18:36수정 2022-06-03 02:40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총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6·1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일 총사퇴했다. 이낙연 전 대표마저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할 만큼 완전한 패배였으니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민주당의 처참한 성적표에는, 전면적인 ‘리셋’에 나서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민심의 매서운 경고가 담겨 있다.

민주당은 가까스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전체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겨우 5자리를 건지는 데 그쳤다. 기초단체장도 63 대 145로 완패했다. 전국 광역의원의 62%를 국민의힘이 차지해 ‘여대야소’가 됐고, 기초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밀렸다. 선거 결과를 표시한 지도를 보면, 4년 전 14자리를 석권했던 민주당이 특정 지역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패인은 민주당도 알고 있다. 사퇴한 민주당 비대위는 “대선 패배의 원인 분석과 평가, 그에 따른 혁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길 뻔한 대선에서 비록 졌지만 잘 싸웠다는 이른바 ‘졌잘싸’ 프레임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반성과 쇄신은 뒷전으로 미룬 채 국회 절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갖고도 ‘견제론’만 앞세웠다. 패배한 대선 후보가 채 석달도 안 돼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고, 전직 당대표는 명분 없는 서울시장 선거에 얼굴을 내밀었다. 37.7%라는 광주의 충격적인 투표율은 전통적인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의 ‘기권 응징’ 표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게다. 지상파 3사의 공동 출구조사에서 40대 투표율이 대선에 비해 27.8%포인트나 낮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나마 외부에서 ‘쓴소리’를 듣겠다고 영입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민주당의 반성을 언급할 때마다 터져나온 반발과 욕설, 문자폭탄 그리고 거침없이 노출된 내홍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거대 야당으로서 가장 시급한 민생정책에서 대안과 유능함을 보여줬는지도 의문이다. 소수의 강경파들과 이를 ‘팬덤’으로 뒷받침하는 지지자들이 다수의 합리적 목소리를 덮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민주당 안에선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상처뿐인 당선’에 그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책임론’ 앞에서 겸허하게 대선 이후 행적을 되짚어보기 바란다.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길의 모색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비대위의 총사퇴로 리더십 부재 상태에 놓인 민주당은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임시 지도부가 전면적인 쇄신을 이끌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런 절체절명의 시기에 당의 헤게모니를 놓고 다투는 추한 모습이 노출된다면, 민주당은 현재에 이어 미래도 기약하기 쉽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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