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설명하는 동안 잠시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회가 27일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배임 혐의와 성남에프시(FC) 제3자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시켰다. 찬성이 반대보다 1표 많았지만, 가결 기준인 출석 과반(149표)에 미달해 부결됐다. 민주당에선 의원 169명 전원이 출석했는데 반대가 138표만 나온 것을 고려하면, 30명 안팎이 찬성과 기권, 무효표 등으로 이탈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지도부가 ‘단일대오’ ‘압도적 부결’을 자신해온 것과 상반되는 뜻밖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애초 지난 21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자율투표를 하되 부결에 힘을 모으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이 대표 개인이 뇌물을 받은 혐의를 쏙 뺀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의 과도하고 무리한 정치 개입으로 봐야 한다는 야당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풀이됐다. 이 때문에 27일 아침까지도 당 지도부는 “압도적 다수로 부결시키겠다”(정청래 최고위원)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랬던 민주당의 대오가 허물어진 것이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사태가 당의 진로와 민심 향배에 끼칠 영향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가 생각보다 엄중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 구속 수사에 대한 찬성이 반대보다 높고 불체포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견해는 과반에 이르는 등, 이른바 ‘방탄 프레임’이 확산되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폭주와 실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제해야 할 민주당의 지지율이 답보하거나 더러 떨어지기까지 한 최근 흐름도, 작은 표차로 총선 승부가 결정되는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경계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까스로 부결’로 이 대표와 민주당은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숙고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야 하는 한층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특히 앞으로도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대표 구속영장을 쪼개기 청구하는 등 민주당 흔들기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내용 없는 살라미 전술이 역풍을 부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자칫 민주당이 방탄의 늪에 갇힐 가능성도 가볍게 보기 어렵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선당후사’의 원칙 아래 민의에 부합하는 대응 방안을 찾아내기 바란다. 검찰도 더 이상 정치 개입이 의심되는 행태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