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규탄! 반노동 윤석열 정권 심판!’ 건설 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민주노총이 28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노조 때리기’에 강력히 항의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이미 정부의 ‘건폭’(건설 현장 폭력) 딱지에 대해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하며, 위법한 관행과 구조적 원인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건설 현장 불법을 근절하겠다는 자신의 공언에 대해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사실 왜곡과 극단적인 건설사 편향에서 벗어나 건설노조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상경한 건설 노동자 4만3천여명(주최 쪽 추산)이 참가했다. 그만큼 이들의 처지가 절박하다는 걸 보여준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건설노조는 건설 노동자들에게 최소한 인간답게 살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데 정부는 깡패집단, 부패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안전이 무시되는 현장에서 저임금 장시간 일하던 이름 없는 노가다꾼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 노동자들은 원청-하도급-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불투명한 고용관계 속에서 그나마 노조가 있어서 최소한의 안전과 노동 조건, 사회적 안전망이 하나둘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건설노조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건설사에 월례비(성과급) 관행을 없앨 것을 요구하며, 그 대가인 장시간·위험 작업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위법한 요구를 따르지 않겠다는 얘기다. 건설노조는 2018년에도 건설협회에 공문을 보내 월례비의 근절을 촉구한 바 있다. 월례비는 정부가 ‘건폭’의 대표 사례로 꼽지만, 월례비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무리한 작업을 통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는 건설사 쪽의 책임이 훨씬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애먼 타워크레인 기사의 면허를 정지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노조를 파렴치 집단으로 몰아가려고 한다는 의심만 갈수록 커지는 것이 아닌가.
건설 현장에는 온갖 불법과 탈법이 만연한 것이 사실이다. 중대재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건설 현장에서 나오고, 지난해 1월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같은 부실시공이 근절되지 않는 직접적 원인이기도 하다. 그나마 이를 바로잡으려고 하는 건 자신의 목숨이 걸린 건설 노동자들이다. 정부는 노조의 일부 작은 일탈을 침소봉대할 시간에 건설업계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것이 건설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