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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상속세는 공정한 자본주의 최후 보루, 흔들기 멈춰야

등록 2023-06-04 18:16수정 2023-06-05 02:39

고 김정주 넥슨 회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고 김정주 넥슨 회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들이 상속세로 넥슨의 지주사인 엔엑스씨 지분을 물납하면서 정부가 이 회사 2대 주주가 되자 상속세가 과다하다는 해묵은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배에 이른다는 가짜뉴스를 동원해 ‘기업을 국가에 헌납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선동적 주장까지 나온다. 일부에선 한국 기득권층의 전매특허인 ‘세금 폭탄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우리나라 명목 상속세율은 50%로 일본의 55%보다는 낮지만, 미국·영국의 40%보다는 높다. 오이시디 평균 27.1%보다 두배가량 높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상속세 담세율(상속세 과세가액 대비 결정세액)은 평균 16.7%에 불과하다. 배우자 공제 등 각종 공제가 많기 때문이다. 배우자 공제를 제외하더라도 일괄공제로 5억원을 공제하는 등 상속세 과세가액 중 약 40%에 이르는 상속재산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상속재산이 주식일 경우 지분이 50%가 넘으면 최대주주 할증이 붙어 상속세율이 60%가 된다는 주장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상속세를 주식으로 물납할 경우에는 해당 주식의 시세에 2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할증한 금액으로 받아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속 재산의 60%를 차지하는 부동산의 경우도 시세와 평가금액의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실제 상속세 납부액은 그만큼 적어지는 효과가 있다.

세계적으로 상속세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도 가짜뉴스다. 오이시디 가입국 가운데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나라가 22개국,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나라가 2개국, 비과세 10개국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훨씬 많다. 특히 오이시디는 2018년 세계적으로 자산불평등이 심각해지자 상속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21세기 세습 자본주의’라고 규정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을 비롯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부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본에 부과하는 누진세가 불평등의 악순환을 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부의 대물림 현상이 강화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그나마 한국 자본주의에 역동성이 남아 있는 건 상속세 같은 공정성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자본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상속세를 흔드는 조세 저항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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